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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곳]송강호 열연 '변호인' 촬영지… 대전 옛 충남도청

중앙일보

입력

#1. 법원 계단을 내려오던 신문사 기자 윤택(이성민)은 진우(임시완)의 변호를 맡은 친구 송우석(송강호) 변호사에게 비아냥거리면서 말한다. “돈 엥가히 벌드만 이제 심심한가베. 니 정치하는 게 목표고?”(이성민) “윤택아 그게 아이고…”(송강호)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 변호사가 법원 계단에서 고교 동창이자 신문사 기자인 이윤택(이성민)과 만나는 장면.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 변호사가 법원 계단에서 고교 동창이자 신문사 기자인 이윤택(이성민)과 만나는 장면.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2. 재판 과정에서 진우의 무죄를 주장하던 송 변호사는 법원 뒤편에서 선배 변호사(차광수)로부터 형량에 대한 협상을 제안받는다. 송우석이 진우의 무죄를 주장하자 박 변호사가 “법대로라면 현직 대통령부터 구속해야지”라고 반박한다.

송강호, 재판부에 "국가가 국민이다" 호소하던 법정 장면 촬영 #진우(임시완) 변호위해 자동차 몰고오다 계란맞던 주차장 장면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추리의 여왕 1·2' 등 경찰서 배경 단골 #옛 도청사 인근 충남도지사 관사촌·솔랑시울길·한남대도 무대

1100만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은 개봉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눈을 감으면 주옥같은 명장면들이 다시 떠오른다.

변호인은 60회차의 촬영 가운데 법정장면 등 14회차를 대전에 있는 옛 충남도청사에서 촬영했다. 영화의 백미(白眉)로 송우석이 재판부를 향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가가 국민입니다” “여기 피고인들 모두 피고인이 아니라 이 부당하고 폭력적인 공권력의 피해자인 겁니다”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배경도 이곳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 변호사가 진우(임시완)을 변호하기 위해 차를 몰고 법원으로 들어오던 중 시위대를 만나는 장면.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 변호사가 진우(임시완)을 변호하기 위해 차를 몰고 법원으로 들어오던 중 시위대를 만나는 장면.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영화에서 진우를 변호하기 위해 법원으로 차를 몰고 들어오는 송우석에게 한 무리가 계란을 던진다. 이를 본 윤택이 화장실에서 자신의 양복 재킷을 벗어준다. 이 역시 충남도청 광장 등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옛 충남도청 건물 1층으로 들어가면 송우석과 윤택이 조우하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 뒤로 나 있는 나지막한 문을 열고 나가면 오른쪽 화단에 벤치가 놓여 있다. 송우석이 선배 박 변호사와 다투던 곳이다. 벤치에 앉아보니 송 변호사가 된 듯했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 변호사가 법원 뒤편에서 선배 변호사(차광수)와 재판에 대한 문제점을 놓고 다투는 장면.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 변호사가 법원 뒤편에서 선배 변호사(차광수)와 재판에 대한 문제점을 놓고 다투는 장면.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건물 2층으로 올라가 코너를 돌면 재판에 들어가지 못하는 가족이 항의하는 모습을 촬영한 복도가 영화 속 장면처럼 그대로 펼쳐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우석이 진우의 어머니(김영애)에게 “걱정하지 마이소”라고 말하며 법정으로 들어간다.

이 건물은 변호인을 비롯해 최근 종영한 ‘라이프 온 마스’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JTBC 드라마 ‘미스티’와 ‘언터처블’의 배경으로 사용하는 등 영화·드라마의 촬영지로 인기를 얻고 있. 도청 건물이었던 탓에 법원과 경찰서 등 주로 관공서가 배경으로 등장했다.

정경호·박성웅 등이 출연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서부경찰서 배경이 된 옛 충남도청사(대전시 중구 선화동).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정경호·박성웅 등이 출연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서부경찰서 배경이 된 옛 충남도청사(대전시 중구 선화동).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지난 5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한 ‘라이프 온 마스’는 경찰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정경호·박성웅·고아성 등이 출연했다. 1988년 당시 모습을 재현한 경찰서 외관과 복도·주차장, 범인과의 추격신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공교롭게도 옛 충남도청 바로 옆은 충남지방경찰청이 사용하던 건물이다. 도청이 경찰서로 바뀌었지만, 이곳에서 형사들이 좌충우돌 뛰어다니는 모습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가 싶다. 두 건물 모두 현대식 건물과는 거리가 멀어 30~40년 전 배경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는 게 촬영 관계자들의 평가였다.

정경호 ·박성웅 등이 출연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서부경찰서 배경이 된 옛 충남도청사(대전시 중구 선화동).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정경호 ·박성웅 등이 출연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서부경찰서 배경이 된 옛 충남도청사(대전시 중구 선화동).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권상우·최강희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추리의 여왕’ 시즌 1·2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하완승 형사(권상우)가 근무하는 서동경찰서의 배경이 옛 충남도청사다.

일제강점기(1932년) 건축한 옛 충남도청사는 2012년 말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홍성·예산)로 이전하기 전까지 사용했다. 현재는 대전시 산하 기관과 근현대사 전시관 등이 입주해 있다. 건물 2층에는 옛 충남도지사 집무실이 그대로 보존 중이다.

JTBC 드라마 언터처블이 촬영된 옛 충남도청사(대전시 중구 선화동).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JTBC 드라마 언터처블이 촬영된 옛 충남도청사(대전시 중구 선화동). [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1층에는 충남도청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는 과정과 건물의 특징 등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 내부는 온통 흰색과 회색이다. 전형적인 흑백의 관공서 모습이다. 오래된 창문과 감금장치도 옛것 그대로다.

또 다른 영화·드라마 촬영지인 옛 충남도지사 관사촌은 옛 충남도청사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다. 198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대전역 주변 정동 주변 일본 철도관사도 촬영지로 인기가 많다. 이곳에 있는 ‘솔랑시울길’이라고 불리는 골목은 복잡해 지도가 있어야 헷갈리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건축된 옛 충남도청사. 이곳에서는 영화' 변호인'을 비롯해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등이 촬영됐다. 신진호 기자

일제강점기인 1932년 건축된 옛 충남도청사. 이곳에서는 영화' 변호인'을 비롯해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등이 촬영됐다. 신진호 기자

옛 충남도청에서 시내버스로 2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한남대는 변호인을 비롯해 영화 1987, 쎄시봉, 덕혜옹주, 그해 여름 등이 촬영된 곳이다. 한남대에는 선교사촌과 한국전통양식이 결합한 근대건축물이 있어 드라마·영화 촬영지로 인기가 많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대전은 옛 충남도청사 등 영상 인프라가 잘 갖춰진 데다 다양한 지원사업으로 영화·드라마 촬영이 늘고 있다”며 “도심과 1980~1990년대가 동시에 공존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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