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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곳]해운대보다 핫해졌다, '블랙팬서' 나온 광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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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800분. 영화 ‘블랙팬서’ 제작팀이 지난해 3월 부산 광안리 일대를 전면 통제하고 촬영한 시간이다. 부산 광안해변로 800m를 통제하는 데 투입된 인력은 450명. 촬영 스텝 300명까지 더하면 총 750명이 광안해변로 촬영에 동원됐다. 이틀간 촬영한 장면은 영화에 3분 등장한다.

지난해 3월 광안리 해변서 1800분 촬영 #광안대교 야경 배경, 영화엔 3분 등장 #영화·광고 '성지'로…올 피서객만 1100만명

블랙팬서 제작팀은 해외 로케이션 촬영지로 싱가포르와 한국을 저울질 했다고 한다. 2016년 여름 부산 광안리를 방문한 블랙팬서 제작팀은 광안대교의 화려한 야경과 센텀시티의 세련된 이미지에 역동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부산 영상위원회 이승의 영상제작지원팀장은 “자동차 추격신을 찍어야 했던 제작팀은 800m에 이르는 광안해변로에 상점이 즐비하고 바닷가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에 만족해했다”며 “광안대교의 야경은 자동차 추격신을 더욱 화려하게 연출하는데 더할 나위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3월 부산 광안리해변로 일대를 전면통제하고 영화 블랙팬서를 촬영하던 모습. [사진 부산영상위원회]

지난 2017년 3월 부산 광안리해변로 일대를 전면통제하고 영화 블랙팬서를 촬영하던 모습. [사진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시와 수영구청, 부산 영상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원도 블랙팬서 제작팀이 부산을 해외 로케이션 촬영지로 선택한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3월 이틀간 광안리 일대에서 촬영할 때 지자체 공무원은 물론 경찰 병력까지 동원해 차량 통제와 현장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블랙팬서가 세계 104개국에 개봉하는 만큼 부산 홍보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월 블랙팬서 개봉 이후 광안리는 해운대 못지않은 부산의 관광 명소가 됐다. 여름 휴가가 절정이던 지난 4일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38만명으로 해운대 40만명과 비슷하다. 부산 수영구청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개장 이후 13일까지 광안리 해수욕장 피서객은 총 764만3000명이다. 폭염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줄었지만, 이 추세라면 폐장일인 31일까지 총 1100만명이 광안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블랙팬서 제작팀이 영화 촬영 후 선물한 조각상. 부산영상위원회가 광안리 해수욕장에 설치했지만 시민이 파손해 현재 수리중이다. [사진 부산영상위원회]

블랙팬서 제작팀이 영화 촬영 후 선물한 조각상. 부산영상위원회가 광안리 해수욕장에 설치했지만 시민이 파손해 현재 수리중이다. [사진 부산영상위원회]

그동안 광안리는 해운대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03년 부산 수영로와 중앙로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광안대교 건립을 결정됐을 때 상인들과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고 한다. 광안대교가 개통되면 광안리에 머물지 않고 관문통로로 전락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개통 이후 광안대교 야경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늘자 상인들이 반기고 나섰다. 광안대교를 건립한 지 10년이 되던 2013년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부산시설공단 교량사업팀 이탁곤 차장은 “지금은 광안대교 LED 전구 1개라도 꺼져있으면 상인들이 곧바로 전화해서 수리를 요구한다”며 “광안대교 케이블밴드에 촘촘히 달린 LED 전구 교체를 위해 공단 직원들이 암벽 등반을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산 광안대교 야경. 송봉근 기자

부산 광안대교 야경. 송봉근 기자

광안대교에 부착된 총 7011개의 LED 조명등이 켜지면 장관을 이룬다. 블랙팬서의 하이라이트 액션 장면도 광안대교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광안대교는 블랙팬서 외에도 해운대, 태풍, 무적자, 간첩, 박수건달,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등의 영화에서 주요 배경 화면으로 등장했다. 영화 7편의 관객 수는 총 2600만명에 달한다. 현대, 기아, 르노삼성, 한국 GM 등 국내 4대 자동차 브랜드 모두 광안대교에서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다.

국내에 수많은 다리가 있지만, 해변에 앉아서 정면으로 다리를 볼 수 있는 곳은 광안리가 유일하다. 매년 10월 부산 불꽃 축제가 광안리에서 진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차장은 “불꽃에 맞춰 광안대교 LED 레이저쇼가 펼쳐지면 불꽃의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며 “불꽃 축제를 해운대가 아닌 광안리에서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영구 광안리 앞바다에서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부산 불꽃축제. [사진 부산관광공사]

수영구 광안리 앞바다에서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부산 불꽃축제. [사진 부산관광공사]

광안리가 관광성지로 부상하면서 광안리 끝자락에 있는 수변공원도 덩달아 인기다. 과거 수변공원은 50~60대 장년층이 바다를 보며 막걸리 한잔하는 곳이었다. 그러다 3~4년 전부터 20~30대 젊은이가 찾는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근처 회센터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회를 포장해서 바다를 바라보며 술 한잔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오는 26일까지 매주 토·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0시 30분까지 광안리 일대가 차 없는 거리로 바뀐다. 광안리해수욕장 해변로 830m에 이르는 도로가 무대가 되고 객석이 된다. 관광객에게 다양한 문화행사를 제공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취지다.

이 팀장은 “지난 13일 광안대교에서 아우디가 CF 촬영을 했고, 드라마제작팀에서 촬영 협조 요청이 수시로 들어오고 있다”며 “광안리는 곳곳이 영화 촬영지인 데다가 즐길 거리, 먹거리가 풍부해 다양한 체험을 한 번에 해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보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봉근 기자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보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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