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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 올 제2금융권 대출 43조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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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두 달 전까지 편의점 사장이었던 고모(46)씨는 요즘 자동차 조립공장에 나간다. 2016년 10월 문을 연 편의점은 오픈 초기 하루 120만원 매출을 올린 뒤 이후 80만~90만원, 올해 들어선 40만~5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결국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하지만 건물주와의 마찰 때문에 아직 가게를 정리하지 못해 월 임대료 154만원만 두 달째 보증금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고씨는 “편의점을 하면서 죽도록 일해 봐야 내게 떨어지는 돈은 월 150만원 남짓이었다. 자영업자로 살아가기가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직원 고용 줄여 #1분기 매출 작년보다 12% 감소

국세청이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자영업의 경영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4개 자영업의 폐업률은 88.1%를 기록했다. 10곳이 문을 열 때 9곳이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폐업률 상승은 수익 구조가 악화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분석을 보면 올 1분기 전국 자영업자 한 곳당 월 평균 매출은 3372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월 평균 3846만원에 비해 12.3%나 떨어졌다. 자영업이 한계상황에 내몰리면서 고용시장도 불안해졌다. 국가 통계 포털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음식점·주점업의 상반기 비자발적 이직자는 4만6563명으로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자발적 이직자는 구조조정, 해고, 회사 경영사정으로 인해 일터를 옮긴 사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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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빚’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2금융권’(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832조297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3조1894억원가량 증가했다. 제2금융권 대출은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다. 제2금융권 대출 증가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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