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 준돈 헤어지면 돌려받을수 있나…법원 '두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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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사귀면서 조건없이 준 돈을 헤어진 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법원도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4년 전 李모(37.여)씨를 만난 金모(44)씨는 환심을 사기 위해 수시로 용돈과 선물을 줬다. 2001년 李씨가 친구와 술집을 개업하자 "가게 차리느라 진 빚을 갚으라"며 2천만원을 선뜻 건넸다.

그런 후 金씨는 청혼했으나 거절당하자 홧김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 돈을 받았지만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金씨는 李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다시 2천5백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李씨의 마음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金씨는 다시 돈을 받아내려 채무상환 각서를 받고, 소송까지 냈지만 서울지법 남부지원 곽용섭(민사7단독)판사는 17일 "이유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환심을 사려고 돈을 줬다가 헤어진 후 작성토록 한 각서는 물건을 빌릴 때 똑같은 품질.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속하는 '금전소비대차 약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엔 반대 사례. 관광버스 운송업을 하는 李모(39.여)씨는 3년 전 관광버스 차주 전모(57)씨를 만났고, 전씨의 경제사정이 어렵게 되자 1천5백만원을 내줬다.

이를 계기로 둘 사이는 급진전, 내연관계로 발전했고 이후 李씨는 전씨에게 모두 5천9백여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둘 관계가 틀어지자 李씨는 돈을 돌려받으려 전씨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전씨는 처음 받은 돈은 돌려주겠지만, 나머지는 내연 관계에서 조건없이 받았으므로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이에 대해 서부지원 김충섭(민사2단독)판사는 지난 15일 "전액 돌려주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고는 사업에 피고의 도움이 필요해 돈을 준 것이며, 액수 또한 원고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단순 증여로 보기 힘들다"는 이유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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