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KT배왕위전 : 신진 기예 진시영 초단의 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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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40기KT배왕위전'

<16강전 하이라이트>
○ . 최철한 9단 ● . 진시영 초단

천하를 호령하는 최철한 9단 앞에 어느날 진시영이란 열일곱 살 소년이 마주 앉았다. 도톰하고 둥근 얼굴 모습이 편안하다. 사나움이나 날카로움하고는 담을 쌓은 듯하다. 그러나 이 진시영은 겨우 초단임에도 2006년이 시작되자마자 10연승을 질주했고 조훈현 9단에게 한판 꺾이더니 다시 3연승했다. 새로운 신진 기예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왕위전에서도 현재 4연승으로 열심히 토너먼트의 사다리를 오르고 있다.

장면도(16~23)=16이 최철한 9단의 변화구로 진시영의 실력을 시험하고 있다. 17은 당연한 반발인데 여기서도 백은 A로 가볍게 둘 것이란 예상을 깨고 18부터 22까지 곧장 움직여 나온다. 최철한다운 강인한 인파이팅인데 여기에 자극받은 것일까. 신중하고 두터운 바둑을 두는 것으로 알려진 진시영이 23으로 두점머리를 강타했다.

강수다. 그러나 최철한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스치고 지나는 것을 보면 이 수는 좋은 수가 아닌가 보다(훗날 밝혀진 것이지만 23은 B에 두어 공격 템포를 한발 늦춰야 했다). 23에 대한 백의 최선은 무엇일까.

참고도 1(실전)=최철한 9단은 백1로 가만히 젖혔는데 이 수가 흑의 무리를 꾸짖는 최선의 응수였다. 진시영은 눈물을 머금고 2로 후퇴했고 결국 백3의 좋은 모양을 허용해야 했다. 9까지 백이 화려하게 날아간 모습.

참고도 2=이런 형태는 본시 흑1로 끊어야 제격이다. 그러나 백6에 이르러 흑의 파탄이 한눈에 보인다. A로 막으면 B로 끊어 돌린 뒤 C로 젖히면 백승.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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