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계의 절규에 귀 기울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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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현 상황을 경제위기로 규정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를 비판하는 데 극히 조심스럽던 재계가 오죽 했으면 저런 소리를 할까. 그 사태의 심각성과 절박감을 짐작하게 한다.

'40년 만에 최악'이란 전경련 진단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의 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가 바닥을 헤매는 가운데 태풍이 겹치면서 올 실질경제성장률은 3%도 밑돌 가능성이 예고될 정도로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

한참 일해야 할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고 있다. 기업인들은 갈수록 사업 의욕을 잃어 체념 상태에 이르렀고, 소비자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젊은이들까지 눈에 불을 켜고 이민길을 찾고 있다. 개인과 기업 모두가 불안해 하면서 소비와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왜 이럴까. 바로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다. 어렵더라도 믿고 따를 만한 리더십이 있으면 희망을 갖고 힘을 모으련만 그렇지 못하니 더욱 불안하고, 이것이 경제난 심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노사 문제, 원전수거물관리시설 건설 등 집단이기주의와 사회적 갈등이 끝없이 이어지건만 정부는 거의 조정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이 정부 들어 최근까지 집단이기주의와 반기업 정서를 방관하거나 심정적으로 동정하는 분위기가 만연했었다. 이런 환경에서 경제 회복을 어떻게 바랄 수 있는가.

재계가 자력으로라도 경제 회생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정부, 아니 노무현 대통령은 재계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재계의 경제 회생 노력과 솔선수범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자신이 경제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일자리 마련에 두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진력해야 한다.

노동계와 이익집단을 설득해 동참을 유도하는 한편 불법에는 법과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정치권의 동참도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성장의 원동력에 다시 불씨가 지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