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주 “렌터카 대책도 없이 운행 중단?” 국토부에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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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차량 화재 피해자 등이 9일 BMW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제출하고 있다. 피고소인은 BMW 독일 본사와 BMW코리아 법인 및 관계자 6명이다. [연합뉴스]

BMW 차량 화재 피해자 등이 9일 BMW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제출하고 있다. 피고소인은 BMW 독일 본사와 BMW코리아 법인 및 관계자 6명이다. [연합뉴스]

BMW가 또 불탔다. 국토교통부가 운행중지 명령을 검토한다고 밝힌 다음 날인 9일 오전에만 2대의 BMW에서 불이 나며 불안감이 증폭됐다. 그러나 국토부의 대응은 불을 끄기는커녕 논란의 불길만 키우고 있다.

‘운행 중지 검토’ 졸속 대책 논란 #실행 권한도 국토부 아닌 지자체 #운행 차량 수만 대 단속도 어려워 #차주들 BMW 고소 … 경찰 수사 예정

우선 BMW 차주들의 불만이 거세다. 리콜 대상인 BMW 320d 차주 손모(34)씨는 “전화 연결도 안 되고 센터에 가서 무작정 기다릴 시간 여유도 없다”며 “지금껏 제대로 대응도 못 해놓고 이젠 피해자인 차주를 범죄자 취급하겠다는 게 기껏 내놓은 대책이냐”고 반문했다.차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국토부와 김현미 장관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부는 렌터카를 제공해 운행중지를 당한 차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차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도 BMW 서비스센터가 확보한 렌터카 물량이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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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차주는 “50통 넘게 전화하고 직원과 싸워가며 겨우 렌터카를 받기로 했는데 그게 아무 옵션도 없는 국산 중형차”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운행금지 조치가 실효성이 낮고 법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부가 제시한 근거는 자동차 관리법 37조다. 그러나 해당 법의 실행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장이며, 국토부는 권한이 없다.

은행금지 조치를 위반했을 때 단속 방법과 처벌 수위, 기간 등도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BMW 차주들은 기본적으로 차량 결함으로 인해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본 피해자다. 그들이 필요 때문에 차를 사용한다고 해서 벌금을 부과하며 처벌하는 건 더 큰 불만을 낳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량 조회를 통해 일일이 단속하기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운행중지 명령으로 재산권을 침해받게 될 차량 소유자를 위한 대책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BMW 차량을 경찰이 일일이 조회해 단속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무책임한 대책을 그냥 던져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말을 바꾼 것도 논란이다. 국토부의 김경욱 교통물류 실장은 지난 6일 운행 자제 권고 이상의 조치에 대해 “현행법상 근거가 없고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데, 강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며 운행금지 조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런데 단 이틀 만에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 그 사이 이낙연 국무총리는 BMW 화재 사태와 관련해 국무회의에서 국토부를 질타했고, 휴가갔던 김현미 장관이 복귀했다.

한장현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안전을 위해 운행중지를 검토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간 국토부의 대응과 이번 건을 비교해 살펴보면 운행금지 조치가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낸 대책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편 BMW 차주 21명은 BMW 관계자들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넘겨 수사하도록 할 예정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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