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나토군' 아세안, 창설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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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경제협력을 넘어 다국적 평화유지군 창설을 추진한다.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을 만들어 역내 안보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본부를 둔 아세안 사무국 관계자는 8일 "10개 회원국 국방장관이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나 테러와 종족문제 등 역내 분쟁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제는 각국 병력이 공동으로 참가하는 지역 평화유지군 창설 문제를 비롯해 공해상에서의 해적과 마약밀수, 국지분쟁 대처방안 등이 포함된다.

아세안 국방장관 회동은 1967년 이 기구 창설 이래 처음이다. 아세안은 9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나 그 뒤엔 아무 진전이 없었다. 말레이시아의 시에드 하미드 알바 외무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번 (국방장관) 회의는 아시아가 경제.문화적 공동체 개념을 넘어서 집단안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부 국가에서 2012년까지 아세안 방위군을 창설하자는 건의를 해놓은 상태며 이번 회의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세안이 지역방위를 추진하는 것은 회원국들이 직면한 다양한 안보상 불안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미얀마.캄보디아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투쟁, 종족.종교 분쟁이 계속돼 매년 수백~수천 명이 숨지고 있다. 또 2004년 말 쓰나미와 지난해 발생한 파키스탄 대지진 같은 각종 자연재해가 빈발, 구조활동에 동원될 공동방위군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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