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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기획단 ' 전성시대 <상> 이런 일도 하는 기획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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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 정부 들어각종 기획단이 정부의 핵심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정부 중앙청사 인근 이마빌딩에 총리실 국무조정실 산하 각 기획단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최승식 기자

'규제 개혁, 동북아 물류 중심에서 주한미군 기지 이전, 관광레저 도시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정부 들어 속속 등장하는 기획단들은 전방위적 업무를 맡으면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정부조직 혁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될 정도다. 기획단은 정부 훈령만으로 신설.폐지할 수 있어 조직의 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데다 특정 정책 수요에 맞춰 발빠르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작은 정부의 효율성을 무시한 채 자리만 늘려 나가는 방책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기획단 현황=김대중 정부 말기 기획단은 재정경제부 경제홍보기획단 등 6개에 불과했다. 이들 조직은 현 정부에서는 없어졌다. 대신 2003년 현 정부 출범 이후 50개(추진단 등 유사 조직 포함)가 새로 만들어졌다. 지난해에만 국무조정실 산하에 의료산업발전기획단,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기획단 등 4개가 설립된 것을 비롯해 동북아 평화를 위한 바른역사 정립기획단(대통령 직속), 근로소득지원세제 추진지원단(재경부) 등이 잇따라 신설됐다. 북핵 6자회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전담할 북핵 외교기획단과 한.미FTA기획단(외교부)도 신설됐다.

업무 범위도 용산민족.역사공원 건립, 국립과학관 건립 추진 등 단발성 프로젝트부터 인적자원 연구개발 등 중장기 집행 계획 수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총리실 국무조정실 산하에 있는 기획단은 9개. 중앙 부처 중 가장 많다. 재경부도 2003년 7월 설립된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을 필두로 현 정부 들어 6개의 기획단을 신설했다. 건교부 산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추진단과 항공안전기획단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항공안전본부 등 정식 조직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 위원회와 지자체도 기획단 설립=각종 정책자문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도 기획단 설립 붐에 가세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정과제 자문위원회 중 하나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산하에는 웬만한 정부 부처와 맞먹는 3실6국 규모의 매머드급 기획단이 가동 중이다. 또 국가과학기술자문위는 과학기술중심사회추진기획단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반부패국가기획추진단을 설립했다. 대검찰청 산하의 미래기획단,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지원단 등 청 단위 행정기관도 기획단을 만들고 있다.

지자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주도가 행정구조개편추진기획단, 지역항공사 설립추진지원단 등 5개, 경기도가 광역교통기획단 등 3개의 기획단을 설립했다. 서울시도 산하 126개 부서.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합해 운영하는 정보화기획단을 상설 조직처럼 활용하고 있다.

◆ 자리 늘리기 논란=재경부의 6개 기획단 중 경제자유구역기획단.지역특화발전특구기획단은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정식 조직이다. 나머지 4개 기획단은 별도 정원의 직원을 파견하는 형태로 설립된 임시 조직이다. 상당수 부처의 기획단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시 조직인 기획단의 신설로 각 부처가 비대해지고 있다. 재경부의 경우 기획단 덕분에 국장급 9개, 과장급 22개(타 부처 파견 10개 포함)의 자리가 별도 정원으로 생겼다. 국무조정실의 정원은 현 정부 초기 158명에서 4월 말 현재 532명(각 부처 파견인력 포함)으로 늘어났다. 청와대 비서실 정원(531명)보다 많다. 이 중 9개 기획단의 인원이 177명(파견 144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이른다.

또 재경부는 조직개편 명목으로 정책기획관(국장급)이란 자리를 정원 외로 만들었고, 외교통상부는 종전의 심의관급 직제를 협력관.교섭관 등의 명칭으로 10여 개나 신설했다. 이러다 보니 현 정부의 1급공무원 자리(차관보.실장급)는 전 정부의 191개에서 204개로, 2.3급(국장급) 자리는 750개에서 870개로 늘었다.

업무가 끝나면 자동으로 조직이 해체되는 일몰 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현재 규제개혁기획단.의료산업발전기획단만 2년의 활동 시한을 명시했을 뿐 나머지는 '관련 사안이 종료될 때까지'라는 모호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시 조직인 기획단이 슬그머니 정규 직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3년 이상 지속할 조직이라면 정식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오랜 시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획단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홍병기(팀장).김종윤 차장,
김준현.김원배 기자(경제부문)<klaatu@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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