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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자르고, 흉기로 위협하는 인증사진까지…고양이에게 퍼진 혐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부송동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꼬리가 발견 됐다. [이모씨 제공]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부송동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꼬리가 발견 됐다. [이모씨 제공]

전북 익산시 부송동에 사는 이모(29)씨는 지난 4일 아파트 단지를 걷다가 믿을 수 없는 걸 발견했다. 이씨는 자신의 SNS에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집 앞에 고양이 꼬리로 보이는 걸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부송동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꼬리가 발견 됐다. 꼬리 봉합수술을 한 동물병원 원장은 "절단면이 가위로 자른 듯 반듯해 사람 소행"이라고 말했다. [이모씨 제공]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부송동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꼬리가 발견 됐다. 꼬리 봉합수술을 한 동물병원 원장은 "절단면이 가위로 자른 듯 반듯해 사람 소행"이라고 말했다. [이모씨 제공]

처음에는 고양이 꼬리일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씨는 하루가 지난 뒤 발견 장소 근처에서 꼬리가 잘린 길고양이 4마리를 구조했다. 그는 동물병원에서 꼬리 봉합 수술을 한 뒤 "절단면이 가위로 자른 듯 반듯하고 바짝 잘려져 있는 거로 보아 다른 동물이 아닌 사람의 소행"이라는 진단을 들었다. 태어난 지 1~2개월밖에 안 된 새끼 고양이였다. 그는 SNS에 이 사실을 알리고 길고양이의 입양처를 찾고 있다. 현재 네 마리 중 두 마리는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부송동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꼬리가 발견 됐다. 다음날 꼬리가 잘린 새끼 고양이 4마리가 구조됐다. 4마리 중 2마리는 새 주인을 찾았다. [이모씨 제공]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부송동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꼬리가 발견 됐다. 다음날 꼬리가 잘린 새끼 고양이 4마리가 구조됐다. 4마리 중 2마리는 새 주인을 찾았다. [이모씨 제공]

이씨는 “엄마들이 아동학대 기사를 보면 가슴이 철렁하듯 고양이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사건을 보면 심장이 내려 앉는 기분"이라며 “두 번 다시 이런 동물 학대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흉기로 고양이를 위협하는 사진(왼쪽)과 피로 추정되는 액체를 담은 그릇 사진(오른쪽)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워마드 캡쳐]

지난 4일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흉기로 고양이를 위협하는 사진(왼쪽)과 피로 추정되는 액체를 담은 그릇 사진(오른쪽)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워마드 캡쳐]

그가 고양이 꼬리를 발견한 날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는 고양이 목에 칼을 댄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 밑에는 피로 흥건한 싱크대 모습도 같이 업로드됐다. 게시자는 "살남(殺男) 시위라도 하고 싶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가성비 좋게 수고양이를 잡아 왔다"며 "크기도 작으니까 죽이고 처리하기 쉽고 대충 봉지에 싸서 버려도 아무도 신경 안 쓴다는 점이 딱 좋다"고 올렸다. "사랑하니까 죽이는 거다. 데이트 폭력도 데이트 살인도 똑같다" 등 댓글도 달렸다.

지난 4월 10일 유튜브에 "고양이 학대"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브 캡쳐]

지난 4월 10일 유튜브에 "고양이 학대"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브 캡쳐]

고양이 학대가 SNS 등을 통해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10일에는 '고양이 학대'라는 제목의 영상 4개가 유튜브에 올라왔다. 학대자는 고양이를 짧은 끈으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고양이의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해당 영상에 달린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고양이를 죽이겠다고 협박도 했다.

이에 동물권 단체 케어는 현상금 300만원을 걸고 범인 찾기에 나섰다. 경기도 부천에 20대 중반 박모씨가 용의자로 좁혀졌다. 케어에서 용의자의 집을 찾아가자 그의 부모는 "아들이 인터넷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영상을 보고 따라 한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케어는 고양이를 인계받아 동물병원으로 이송했다.

박소연 동물권 단체 케어 대표는 "온라인에서 과시적인 동물 학대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학대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임영기 동물구조 119 대표는 "벌금형 위주였던 판결도 집행유예, 징역형으로 차차 강화되고 있다. 길고양이가 주인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범죄학 교수는 "약한 동물에 대한 학대는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억울함을 바로 해소하지 못한 채 유사성을 가진 다른 약한 존재를 찾아 대리만족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대에 자주 노출되면 죄라는 인식을 못 하게 되는데 온라인상에서 동물 학대에 대한 게시글을 더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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