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과학] 보름달은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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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일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뜬다는 추석이 지나갔다. 보름달은 예부터 인간의 생태와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어져 왔다.

한국에서는 보름달 하면 옥토끼와 계수나무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반해, 서양에서는 달의 영기를 받으면 미친다고 여겨 미치광이를 'lunatic(달의 영기를 받은자)'이라고 부르는 등 달을 부정적으로 그려 왔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이에 따라 달이 인간의 범죄를 부추기는지, 보름달이 뜨면 자살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인간의 행동과 생태에 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달이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는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캐나다 서스캐처원대학의 심리학과 이반 켈리 교수팀은 달 때문에 정신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환자 1백명을 세밀히 분석해 명확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미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지역에서 59년 동안 발생한 4천여건의 자살 또한 조사 결과 보름달 또는 어떤 형태의 달과도 상관이 없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시기와 달의 형태 변화를 조사한 다른 팀도 둘 간에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보름달이 뜰 때 오히려 정신병 발생률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 마이애미대학 심리학과 아널드 리버 교수팀은 플로리다의 데이드 카운티에서 14년 동안 발생했던 살인을 연구해 둘 간에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는 글을 1972년 발표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엔 미국의 천문학자 대니얼 캐튼이 미국 통계청에서 7천만건의 출생 기록을 분석했다. 결론은 역시 "달과 관련 없다"였다.

여성의 생리도 달의 사이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수천년 동안 여겨져 왔다. 영어로 생리를 뜻하는 '멘스추레이션(mensturation)'의 어원도 달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도 여성의 평균 생리 주기는 달의 주기와 거의 비슷한 29와 2분의1일이었다. 하지만 이는 평균을 냈을 때의 얘기일 뿐 전체 여성들의 30%만이 이 주기와 이틀 내로 일치하는 생리주기를 갖고 있다. 게다가 포유류 중 생리 주기가 비슷한 것은 인간과 미국산 주머니쥐뿐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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