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보다 이용호 먼저 만난 왕이...폼페이오 "김정은 약속 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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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오후(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대표단 숙소인 소피텔 싱가포르 시티센터 호텔을 나서며 ARF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오후(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대표단 숙소인 소피텔 싱가포르 시티센터 호텔을 나서며 ARF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3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 적극적인 외교에 나섰다.

이날 오전 5시54분(현지시간) 창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이용호는 낮 12시40분쯤 ARF 행사장을 향해 출발했다. 오후 1시12분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 도착한 그는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행사장 안으로 들어섰다.

지난해 ARF에서 이용호는 전통적인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3개 국가 외교장관만 만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그는 도착 직후 판 빈 베트남 외교장관과 만났다.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용호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3~4일 북한과 외교장관회담을 하기로 한 나라는 베트남 말고도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뉴질랜드, 호주 등이 있다고 한다.

이용호는 이날 오후 2시40분부터는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왕 부장이 기다리고 있던 회담장으로 이용호가 간 것으로 미뤄 중국 측이 회담의 호스트였던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이에 앞서 오후 2시7분 행사장에 도착했다. 기자들이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할 것이냐”고 묻자 “어제 답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시대의 발전 흐름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중국이 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왕 부장과 이용호의 회담에서도 종전선언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당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2일 오후 예정돼 있었지만, 왕 부장의 다른 일정이 길어지면서 3일 오후 6시쯤으로 미뤄졌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일정이 조정되면서 공교롭게도 왕 부장은 강경화 장관보다 이 외무상을 먼저 만나게 된 셈이다.

이용호가 여러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하기로 했지만 정작 관심을 모았던 북·미 및 남북 외교장관회담은 기약이 없다. 강경화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모두 3일 오후 이용호와 같은 행사장에 있었지만, 의미있는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3일 오전까지도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회담과 관련해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미는 북한과의 회담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북한과 핵협상 실무를 맡았던 성김 주필리핀 대사도 싱가포르에 왔다. 김 대사는 강 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3일 오전 만나 북핵 관련 협의를 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방문 전 예고한 대로 제재 문제를 꺼내들었다. 3일 오후 열린 미-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대북 제재를 엄격하게 이행하고 있는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로 오는 기내 안에서 기자들이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의견을 묻자 “북한 지도자의 약속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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