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반발에 민정당 난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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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승식 10분간 간략하게>
○…3일 4개국 순방 길에 오른 노태우 대통령의 환송식은 전과 달리 10분간 간략하게 진행.
노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공식방문」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연도환송·합창단 및 환송단·가로기 게양 등을 생략하고 지난번 방미 때와 같이 헬리콥터를 이용.
노대통령 내외를 태운 헬기가 오전 9시40분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육군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렸고 이현재 국무총리와 김용갑 총무처장관이 헬기로 다가가 노대통령 내외를 영접.
노대통령과 부인 김옥숙 여사는 김재순 국회의장·이일규 대법원장·국무위원·민정당 주요당직자·야당 총무 등 환송인사 60여명과 악수를 교환한 도보로 의장대를 사열하고 곧바로 탑승

<경쟁통한 부상이 바람직>
○…2일 청와대에서 가진 노태우 대통령 초청 민정당 의원 오찬에서 노대통령은 5공 비리에 눌려 있는 의원들의 사기문제를 의식, 「6공 시대」를 거듭 주장하고 패배주의 일소를 강조.
노대통령은 『모든 비리는 5공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여러분들은 새로운 헌정질서 하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6공 의원』이라고 역설.
노대통령은 『의석이 적으니 도리 없다는 발상은 버려야한다』며 『과거 소수야당이 투쟁하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며 전의(?)를 고취.
노대통령은 『발전되어 가는 나라 치고 갈등과 몸부림이 없는 나라가 있느냐』며 『미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모든 갈등을 녹일 수 있는 큰 용광로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피력.
노대통령은 『우리 당은 카리스마적 지도로서 얽매인 어떤 다른 정당보다도 민주화 가능성이 큰 정당』이라며 『당의 스타도 내부 경쟁을 통해 부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경선제 도입을 시사.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
○…전두환 전대통령 문제의 처리에 고심하고 있는 민정당은 운동권학생들의 「전·이 체포 결사대」조직 등 상황은 악화되어 가는데 연희동 측은 최근 「재산헌납」등의 보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민정당 구상에 별로 협조의 뜻을 보이지 않고 있어 난감한 표정.
특히 『고위당직자가 내주 중 연희동을 방문, 전전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할 것』이라는 일부보도가 나가자 당직자들은『정말 우리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 지금 분위기가 어떤데 그게 쉽게 되겠느냐』며 펄쩍 뛰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

<겸허히 국민심판 받도록>
○…민주당은 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학생들의 「전·이 체포」결행 움직임이 많은 희생을 낼 우려가 있다고 정부와 학생 모두에게 자제를 호소.
김영삼 총재는 『큰 잘못을 작은 잘못으로 상쇄시키는 우를 범할 우려가 있다』며 『오늘 국회에서 5공 비리 관련 청문회가 열리므로 소속의원들은 학생들이나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지시.
이날 회의는 『우리 당은 수차에 걸쳐 노대통령이 5공과의 단절을 말만이 아니라 전두환씨로 하여금 모든 비리의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사죄하며 부정으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고 낙향하여 겸허히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며 『이러한 우리 당의 충정이 이행되지 못하고 오늘과 같은 상황까지 이른데 대해 국민과 함께 유감과 분노를 느낀다』는 2일 오후 발표한 서청원 대변인의 성명을 추인.

<전씨 뭘 생각하고 있는지>
○…공화당은 3일 간부회의에서 전두환씨 비리문제로 야기되고 있는 학생들의 집단행동에 큰 관심과 우려를 표명.
김종필 총재는 『정부·여당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손놓고 막연하게 끌고 갈 것인지 안타깝다』며 『당사자 역시 그 동안 충정 어린 많은 권유가 있었음에도 뭘 생각하고 있는지…』라고 개탄.
김총재는 『학생들은 학생답게 이성적으로 주장, 호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과격행동으로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서도 안되지만 그러한 과격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은 요인의 발생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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