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北 구체적 조치 얻어내려면 인내 필요…긴 호흡 가져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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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구체적 행동을 얻어내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 지도자의 매우 확실한 의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캄보디아와의 양자회담을 앞두고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캄보디아와의 양자회담을 앞두고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강 장관은 이날 보도된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데)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핵 협상의 전망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다.

강 장관은 또 “지난해 이 곳(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RF)에 왔을 당시를 떠올려보면 지금과 매우 달랐다. 당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로 우려가 커졌던 상황”이라며 이제는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로 상황 변화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북한의)비핵화에 대한 약속이 실질적 행동으로 충분히 구체화할 때까지는 대북 제재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의 후속조치를 위해 최근 잇따라 유엔 안보리로부터 제재 상 예외를 인정받았다.

강 장관은 국제 사회의 단합된 메시지도 촉구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메시지가 (한반도 상황을) 여기까지 오게 했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이같은 단합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아세안의 역할을 부각했다. “아세안 관련 장관 회의들은 전통적으로 한반도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핵심 플랫폼을 제공했다”면서 “지난해 포럼(ARF)의 (대북) 메시지는 매우 강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ARF 의장성명은 북한의 도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촉구했다.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회담에 대해서는 “좋은 시작이었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점에 선 것”이라며 “구체적인 행동까지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국제사회 앞에 매우 분명한 약속을 했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함께 체제안전 보장 조치도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로 가기 위해 2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용호 외무상은 이날 오전 11시 35분 평양발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뒤 귀빈실에 마련된 차량으로 빠져나갔다. [연합뉴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로 가기 위해 2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용호 외무상은 이날 오전 11시 35분 평양발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뒤 귀빈실에 마련된 차량으로 빠져나갔다. [연합뉴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고 회담이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으로부터 답을 듣지 못했다”며 “이번이 아니어도 다른 기회가 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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