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부위만 수술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악성종양을 발생시키는 부위는 따로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악성 뇌종양의 근본 원인을 밝혀냈다. 흔히 뇌종양으로 불리는 ‘교모세포종’이 어디서 오는지 원천 부위를 찾아낸 것이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와 이주호 박사가 4년간 뇌종양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연구에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도 참여했다.
이번 성과는 ‘교모세포종 발병의 원인은 종양의 발생 부위에 있을 것이다’라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으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 8월 1일 자에 게재됐다.
수술해도 재발하는 교모세포종...뇌 속 ‘줄기세포 공장’에서 온다
연구를 진행한 이정호 교수는 “교모세포종은 떼어내도 2년 안에 재발률이 높다”며 “암은 돌연변이인데 이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곳이 ’뇌실하영역(SVZ)’이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SVZ는 뇌 속에서 신경줄기세포가 생성되는 유일한 부위로 알려져 있다.
제1 저자인 이주호 박사는 “뇌세포는 성인이 되면 더는 분열하지 않는데 특별히 SVZ에서만 신경줄기세포가 분열을 한다”며 “끊임없이 분열하는 악성 종양과 신경줄기세포의 공통점에 착안해 연구를 하다 보니, 종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세포의 원천이 SVZ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아들 세포인 악성 뇌종양 치료하려면, 아버지 세포부터 치료해야
종양을 일으키는 아버지 세포 격인 ‘돌연변이 신경 줄기세포’는 SVZ에서 생성돼 숨어있다가, 특정 뇌 부위로 이동해 아들 격인 교모세포종을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환자에게서 발생한 돌연변이 세포를 생쥐의 SVZ에 주입해 이러한 사실을 알아냈다.
이 박사는 “아들 세포는 아버지 세포에서 분화하면서 자신만의 특징을 획득하는 만큼 SVZ의 돌연변이 세포와 뇌종양을 비교해, 어느 것이 아버지 세포인지 구별해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치료를 위해서는 아버지 세포가 사는 SVZ를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 이 박사의 설명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도 뇌종양으로 인한 사망률은 4위에 달할 만큼 치명적이지만, 치료법이 명확하지 않아 항암 치료ㆍ방사선치료ㆍ표적항암제 등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박사는 "교모세포종에 대한 비밀을 풀어낸 만큼, 이번 성과가 악성 뇌종양 치료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