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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담보 암호화폐 사기···다단계 게임머니일 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보물선 암호화폐? 전문가들 "신일골드코인, 암호화폐 아닌 다단계 게임머니"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 김경록 기자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 김경록 기자

신일그룹의 때아닌 '보물선' 논란에 자체 발행 암호화폐라고 주장하는 '신일골드코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짙다. 암호화폐 전문가 사이에선 신일골드코인은 '다단계에서 쓰이는 게임머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신일그룹 돈스코이국제거래소 공지사항에 따르면 신일그룹은 신일골드코인을 해당 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예정일은 9~10월께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6~15일에는 신일골드코인 암호화폐 '백서'와 개인 전자 지갑을 제공한다는 계획도 공지했다. 백서는 암호화폐 발행량, 비전, 개발계획 등을 제시하는 일종의 소개서다. 개발 일정과 주요 개발진이 수록된 기술적 근간으로, 암호화폐를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1차 척도로 쓰인다. 신일골드코인이 '사기' 의혹에 휩싸인 것도 백서를 공개하지 않아서다.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의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신일그룹은 이미 화폐는 발행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백서를 공개하지 않아 암호화폐로 볼 수 없다"며 "이름만 암호화폐일 뿐 스스로 발행하는 게임머니와 다를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신일골드코인은 기술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없는 토큰의 일종"이라며 "마치 예전 싸이월드의 '도토리'처럼 신일골드코인을 사면 금을 주겠다는 개념이라 암호화폐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를 끌어모으거나 코인을 판매하는 방식도 의문투성이다. 신일골드코인을 구매하려면 센터장이나 본부장, 팀장 등을 통해야 한다.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면 코인으로 인센티브도 지급된다고 한다.
7월 30일 돈스코이국제거래소는 "환불 신청을 하지 않는 프라이빗 세일 참여자 중 100만원 이상을 구입한 투자자들에게 2만 코인을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올리기도 했다.

신일그룹 돈스코이 국제거래소 스마트폰 앱. 거래기능 없이 홈페이지만 보여주는 앱이다. [사진 구글플레이 캡처]

신일그룹 돈스코이 국제거래소 스마트폰 앱. 거래기능 없이 홈페이지만 보여주는 앱이다. [사진 구글플레이 캡처]

돈스코이국제거래소의 암호화폐 거래소 시스템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는 아무런 거래기능이 없다. '거래서비스' 메뉴를 선택하면 준비 중이라는 메시지만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용 스마트폰 앱도 거래기능 없이 단순히 PC로 보는 홈페이지 화면을 보여줄 뿐이다. 기존 암호화폐 거래업체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양한 암호화폐의 실시간 시세를 알려주고 매수매도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앱을 제공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혼탁한 암호화폐 시장이 신일골드코인처럼 논란을 부추기는 사업을 탄생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태인 코인원 리서치센터장은 "달러나 금과 같이 현물에 매칭하는 증권형 암호화폐가 남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폐의 혁신성은 뒤로하고 기존 증권과 다름없는 코인들이 앞다퉈 발행되고 있다"며 "신일골드코인은 증권형 암호화폐 콘셉트 자체가 점점 실물에 의존하던 과거로 회귀하는 상황에 터져 나온 촌극"이라고 경고했다.

박 센터장은 "신일그룹이 보물선에 대해 일반적인 투자가 아닌 암호화폐를 통한 투자를 받겠다고 선언한 것은 현행법을 피하기 위해 단순히 암호화폐 이름을 끌어들인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며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합법적 가이드라인 마련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한 다단계 사기극이라는 것이 신일골드코인 논란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최용석 신일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거짓)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싱가포르 소재 신일그룹 등과는 전혀 다른 법인이며 신일해양기술은 (신일골드코인과) 어떠한 관련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 30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최용석 대표를 포함한 신일그룹의 주요 관련자들을 출국 금지하고 가짜 보물선을 미끼로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수법으로 투자 사기를 벌인 것은 아닌지 수사를 시작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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