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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흑산-길태산, 엇갈린 두 카메룬 난민 복서의 타이틀 도전

중앙일보

입력

복싱M 수퍼미들급 한국챔피언에 오른 카메룬 난민 출신 복서 길태산. [뉴스1]

복싱M 수퍼미들급 한국챔피언에 오른 카메룬 난민 출신 복서 길태산. [뉴스1]

난민 복서 길태산(31·본명 장 두란델 에투빌·천안돌주먹)과 이흑산(35·본명 압둘레이 아싼·춘천아트)의 운명이 엇갈렸다. 길태산은 벨트를 차지했지만 이흑산은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다.

길태산, 6라운드 TKO승으로 한국 챔피언 등극 #이흑산은 챔프 정마루와 비겨 타이틀 획득 실패

길태산은 29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복싱매니지먼트(이하 복싱M) 한국 수퍼미들급(76.19㎏)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이준용에 6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길태산은 경기 상대를 압도했다. 힘있는 훅과 강한 스트레이트를 적중시켰다. 이준용은 아웃복싱을 펼쳤지만 이렇다 할 반격을 펼치지 못했고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길태산의 통산 전적은 5전 5승(3KO)이 됐다.

WBA 아시아 웰터급 타이틀에 도전했으나 무승부를 기록한 이흑산과 1차 방어에 성공한 챔피언 정마루. [연합뉴스]

WBA 아시아 웰터급 타이틀에 도전했으나 무승부를 기록한 이흑산과 1차 방어에 성공한 챔피언 정마루. [연합뉴스]

이어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아시아 웰터급 타이틀전에선 챔피언 정마루와 이흑산이 12라운드 1-1(116-112, 112-116, 114-114) 무승부를 기록했다. 챔피언 정마루는 1차 방어에 성공했고, 도전자 이흑산은 무패 행진(6승2무)을 이어갔지만 타이틀 획득엔 실패했다. 이흑산은 긴 리치를 앞세워 링 중앙을 차지하고 정마루를 구석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정마루는 노련하게 스텝을 바꿔가며 이흑산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길태산과 이흑산은 카메룬 출신 난민 복서다. 카메룬은 폴 비야(85)가 1982년부터 장기집권 중인 독재국가다.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혹행위까지 당했던 길태산과 이흑산은 2015년 10월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출전을 앞두고 무작정 숙소를 이탈했다.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난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카메룬에 있던 시절 동료들과 포즈를 취한 이흑산(왼쪽). 오른쪽은 함께 탈영한 길태산. [사진 이흑산 제공]

카메룬에 있던 시절 동료들과 포즈를 취한 이흑산(왼쪽). 오른쪽은 함께 탈영한 길태산. [사진 이흑산 제공]

이흑산은 한국에서 복싱을 계속하면서 한국챔피언에 올랐다. 덕분에 난민 지위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길태산은 체류연장 허가 서류를 늦게 제출해 외국인 보호소에 6개월간 수감됐다. 길태산은 우여곡절 끝에 풀려난 뒤 역시 한국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다시 글러브를 낀 길태산은 복싱M에 주최하는 배틀로얄에서 우승하며 희망을 키웠다.

형제 같은 두 사람은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챔피언의 꿈을 꿨다. 길태산은 이흑산에 이어 한국 챔피언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이흑산은 세계 무대 노크를 조금 더 미루게 됐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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