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지휘·연주 … 대본 집필까지 "미래 청중 늘리는 투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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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진=김성룡 기자]

피아니스트 김대진(44.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는 바쁘기로 유명한 연주자다. 독주자로 실내악 반주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올해 안식년을 얻어 미국에 체류 중이지만 연주 때문에 국내에 자주 들어온다. 최근 지휘자로 데뷔하는가 싶더니 예술의전당 청소년음악회에서 '담임교사'가 되어 해설.지휘.연주를 도맡아 1인 3역을 해내고 있다. 2004년부터 올해말까지 맡기로 했던 청소년음악회 선생님 역할은 안팎의 뜨거운 반응에 따라 일단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청소년음악회 길라잡이로 나선 것은 미래의 청중을 개발하기 위해서죠. 연주자라면 자신의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에 팔걷고 나서야 합니다."

주제와 곡목 선정은 물론 대본 집필도 김씨가 직접 한다. 올해 청소년음악회 첫 무대인 13일 공연의 경우 미리 받아본 대본은 A4용지 7장, 200자 원고지 50매 분량이다. 연주하는 것보다 대본 쓰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청소년음악회가 시작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왜 음악회 청중은 늘지 않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청소년의 흥미만 끌려고 음악 외적인 에피소드만 늘어놓는 해설이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죠. 재미있는 얘기로 웃기는 것만으로 끝나선 안됩니다. 분명한 '학습 목표'를 세운 다음 음악을 골라 연주했보니, 감상의 수준이 향상되더군요. 무대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씨가 2년간 해온 음악교실의 강의 제목은'소나타''협주곡''독주'등.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의 CEO 존 투사의 글을 연상케 한다. 존 투사는'아트센터 운영의 ABC'란 글에서 "청소년들이 너무 어렵다고 불평한다고 해서 마냥 쉽고 유쾌한 프로그램만 제공한다면 예술의 미래는 어두울 뿐"이라는 말했다.

"음악회에 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에 대해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려다 보니 적절한 비유를 찾아내는 게 힘들어요. 미니 홈피에 올라오는 청소년들의 반응을 보면서 결코 소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본까지 직접 쓰다 보니 그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5월부터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열리는 예술의전당 청소년음악회는 5월'해피 버스데이 모차르트', 6월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7월 '해피 버스데이 쇼스타코비치', 10월'퀴즈- 당신의 음악성은 얼마나 되나', 11월 '인상주의란 무엇인가', 12월'오케스트라의 소리란 무엇인가'로 이어진다. (8, 9월은 쉼)

12일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부자(父子)가 주고받았던 편지를 바탕으로 대본을 쓴 2인극도 펼쳐진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당시 귀족 취향에 맞는 음악을 쓰라고 권하지만 아들은 자기 음악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당시 귀족들이 좋아했던 것은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의 음악. 김씨는 뉴욕 도서관에서 살리에리의 소나타 원본 악보를 어렵사리 찾아내 손으로 베껴왔다. 이번 공연에서 직접 들려줄 예정이다. 02-580-1300.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청소년음악회 제대로 즐기는 법

1 연주곡목을 입수해 미리 음반으로 들어보라. 클래식은 들으면 들을수록 쉬워진다.

2 해설이 잘 들리고 스크린이 잘 보이는 1층 앞자리로 일찌감치 예매하라.

3 필기도구를 지참해 강의 내용을 노트에 적어라.

4 부모님과 함께 와서 공연 후 음악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 보라.

5 잘 모르는 내용은 미니 홈피(싸이월드 kdjmusicclass)에 질문하라.

6 반바지에 슬리퍼는 곤란. 단정한 옷차림이 좋은 감상 분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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