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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부친 부음 접한 민갑룡 경찰청장 “조문 서둘러라”

중앙일보

입력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 [뉴스1]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 [뉴스1]

1987년 경찰 고문으로 숨진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가 28일 별세하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조문길에 올랐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민갑룡 경찰청장은 박씨의 부음을 접하고 “조문 준비를 서두르라”고 지시한 뒤 오후 열차를 이용해 부산으로 출발했다.

박씨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다. 박종철 열사는 지난 1987년 1월14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수배자 소재 파악을 위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로 강제 연행돼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 이후 경찰은 “‘탁’하고 책상을 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단순 쇼크사로 발표하며 은폐ㆍ조작하려 했다.  이후 부검 증언과 후속조사 결과 고문치사였음이 드러나면서 이후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박종철 열사의 사망 원인을 발표하면서 “‘탁’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말을 남기며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도 지난 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민 청장은 경찰청 차장이던 지난 1월 박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지휘부와 함께 관람한 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열사 부친 박정기씨는 지난해 초 척추 골절로 수술을 받고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최근 기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이날 오전 5시48분 향년 89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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