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나 코끼리나 평생 심장 박동수는 15억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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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호 32면

책 속으로 

스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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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이론물리학자가 본 세상의 법칙 #세균과 기업도 동일한 수학패턴 #도시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

프랑스 미식가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1755~1826)은 “네가 뭘 먹는지 알려주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맞히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스케일』의 저자인 제프리 웨스트(76)에게 어떤 사물의 ‘스케일(scale)’만 알려주면, 그는 그 사물의 각종 특징을 알려줄 수 있다. 어떤 도시의 크기를 알려주면, 그 도시의 1인당 특허 건수, 범죄율, 가스관의 총 길이, 주유소의 수, 사람들이 걷는 속도를 족집게처럼 알아맞힌다. 특정 포유류의 크기만 알려주면(이름은 알려줄 필요 없다), 그 동물의 하루 음식 섭취량에서 수명, 심장 박동수까지 알려준다. 정확도는 80~90%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부제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에 힌트가 있다. 동식물부터 도시·회사까지, 모든 유기체·네트워크는 동일한 물리적·수학적 패턴을 따른다. 박테리아에서 거대도시·스타트업까지 모든 ‘네트워크’는 ‘y=ax+b’로 표현할 수 있는, 단순성·규칙성·통일성 있는 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성장하고 소멸한다는 뜻.

저자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글로벌 시대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2015년부터 인류의 반이 도시에 살게 됐다. 2050에는 4분의 3을 돌파한다. 저자는 적어도 당분간은 도시화가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전망한다. 도시가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 도시 운영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의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

호주에 있는 도시인 퍼스의 전경. 스케일은 도시와 나무가 동일한 물리적 법칙에 따라 성장한다고 기술한다. [사진 자라트리]

호주에 있는 도시인 퍼스의 전경. 스케일은 도시와 나무가 동일한 물리적 법칙에 따라 성장한다고 기술한다. [사진 자라트리]

수명의 한계가 있는 동식물이나 회사(미국 상장기업의 반은 주식시장 진입 후 10년 내로 ‘사망’한다)와 달리 도시는 장수한다. 하지만 도시도 영원히 성장할 수는 없다. 인류가 생존하려면, 패러다임 변환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하지만 혁신 주기가 단축되고 있다는 게 도전이다.

저자는 ‘우리는 왜 3, 4시간이 아니라 8시간의 잠을 잘까’ ‘사람의 최대 수명은 왜 10년이나 1억년이 아니라 100~120세일까’(창세기 6:3에 그렇게 나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온혈동물은 있는데 온혈식물은 왜 없는가’와 같은 의문을 연구 주제로 삼는다. 그는 몽상가도 ‘괴짜’ 학자도 아니다. 2006년 타임지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했다.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생활을 한 그는 소립자, 끈 이론, 암흑물질, 우주의 진화 등을 연구했던 이론물리학자다.

그런 그가 ‘복잡계 과학(complexity science)’ 분야에서 선두 주자가 된 사연이 있다. 단명이 집안 내력이라 50세가 될 무렵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생명의 의미’를 의식하게 됐다. ‘20세기가 물리학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생물학의 세기’라는 동료 학자들의 전망 또한 그가 생물학적인 문제에 물리학이라는 ‘렌즈’를 쥐고 뛰어드는 동기를 부여했다. 그가 선구적인 기여를 한 복잡계 과학은 아직은 초기 단계라 현상의 설명(explanation)보다는 기술(description)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와 그가 지휘한 산타페이연구소가 25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 성과를 담았다. 독자들은 ‘생쥐에서 코끼리까지 모든 포유동물은 평생의 심장 박동 수가 같다(15억 번)’는 것과 같은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 게 된다. 보너스로 같은 자연과학이지만 물리학과 생물학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수식 없이 그림과 도표만 사용해 이해하기 쉽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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