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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간 '펜화기행' 김영택..."한ㆍ일 고건축물은 형제처럼 닮았죠"

중앙일보

입력

0.05mm의 가는 펜으로 고건축물을 섬세하게 표현해온 김영택 화백의 전시회가 도쿄 신주쿠(新宿) 주일한국문화원에서 26일 열렸다.

'펜화기행' 김영택 화백, 도쿄서 첫 전시회 #오사카성ㆍ기요미즈데라 등 14점 선보여 #"일본 처마선은 '일본도' 같은 긴장감 느껴져" #"형제처럼 닮은 문화재, 이해 깊어지는 기회되길"

그동안은 한국의 고건축물과 문화재를 주로 그려왔던 그가 이번엔 일본의 고건축물로 눈을 돌렸다. 오사카성(大阪城), 교토(京都) 기요미즈데라(清水寺),헤이안신궁(平安神宮) 등 일본 고건축물 14곳을 김 화백 특유의 화법으로 그려냈다.

26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주일 한국문화원에서 첫 '펜화전'을 연 김영택 화백이 ‘나라(奈良) 호류지 금당 및 5층탑 복원도’ 앞에 섰다. 김 화백은 "일본과 한국의 고건축물은 마치 형제처럼 닮았다"고 말했다. 윤설영 특파원

26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주일 한국문화원에서 첫 '펜화전'을 연 김영택 화백이 ‘나라(奈良) 호류지 금당 및 5층탑 복원도’ 앞에 섰다. 김 화백은 "일본과 한국의 고건축물은 마치 형제처럼 닮았다"고 말했다. 윤설영 특파원

김 화백은 서양의 투시도법과 인간이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점을 착안한 ‘인간시각도법’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순간적으로 전체의 상을 세밀하게 잡는 서양의 카메라와 달리, 사람은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난 뒤에야 전체의 시각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김 화백의 그림이 마치 현장에서 보는 것 같은 생동감이 있는 이유다.

이번 전시회엔 그가 그렸던 일본 고건축물 그림 14점이 모두 선보였다.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으로는 ‘나라(奈良) 호류지(法隆寺) 금당 및 5층탑 복원도’를 꼽았다. 2009년 중앙일보에 연재한 ‘세계건축문화재 팬 기행’에서 다룬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백제 건축물의 원류가 그대로 남아있었다”면서 “특히 기와 지붕은 한국의 것과 형제 이상으로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고건축물과 한국의 고건축물은 “각자 민족적인 특성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처마선은 편안하게 이어지지만, 일본의 처마선은 마치 일본도(日本刀) 같은 긴장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김영택 펜화전'에서 김영택 화백이 관람객들에게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26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김영택 펜화전'에서 김영택 화백이 관람객들에게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제일기획 등 광고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친 김 화백은 1994년 전업 펜화 작가로 활동하던 중 2001년 중앙일보 ‘펜화 기행’을 연재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11년이나 이어진 ‘펜화 기행’은 국내 문화재 뿐 아니라 인도 타지마할, 이탈리아 콜로세움 등 세계 문화유산을 소개하는데 이르렀다.

그의 펜화는 기록화로서도 의미를 갖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 부서지거나 소실된 건축물의 일부를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재현하기도 한다. 그가 그린 이탈리아 콜로세움이 원형 가깝게 복원된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다.

도다이지(東大寺) 대불전의 펜화는 고증이 늦어져 완성하지 못해 이번 전시회에 내놓지 못했다. 그는 “목조 건축문화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본에서 펜화가 얼마나 유용한 기록방법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택 화백 펜화전 포스터. 윤설영 특파원

김영택 화백 펜화전 포스터. 윤설영 특파원

이번 전시회는 그의 첫 해외 전시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중국, 미국 등 해외 진출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건축문화재를 그리면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 형제처럼 닮았다는 걸 알았다. 한일관계가 정치적으로 소원하지만 같은 문화를 소유하고 있는 두 나라가 해결 못할 일은 없다. 이번 전시가 서로의 이해를 증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회엔 경복궁 근정전, 광화문 등 한국 고건축물 15점과 세계 건축물 15점 등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회는 다음달 21일까지.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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