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대로 하면 수익 3배”…도박형 사기 사이트 투자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원금의 300%까지 리딩(권유·지시)을 도와드립니다. 무료 리딩 이후 수익금의 10%를 지급하고 유료 회원으로 전환 가능합니다. 현재 17명이 무료 리딩 진행 중이고, 9명가량이 300% 달성에 성공해 저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수익 인터넷 광고 글로 유인 #불법사이트 가입, 베팅 유도 #수익난 것처럼 속인 후 잠적 #금감원, 소비자 경보 '주의' 발령 #

자칭 주식 전문가 A씨가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이다. 직장인 B씨는 이 글을 보고 A씨에게 연락을 했다. A씨는 운전면허증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보내며 B씨를 안심시켰다. B씨가 투자 의사를 밝히자 A씨는 한 금융 사이트에 가입을 유도했고 가상계좌가 발급됐다며 투자금 입금을 권유했다. B씨는A씨의 리딩에 따라 주가·선물의 상승·하락에 배팅하는 소위 ‘바이너리 옵션’에 투자했다. 투자는 성공처럼 보였다. 전산 화면상 B씨의 예치금은 한 달 새 1000만원에서 3000만으로 불었다. 이후 B씨는 수익금 인출을 요청했지만, 그 뒤로 A씨와 연락이 끊겼다. 금융회사 사이트를 도용한 불법 사이트도 폐쇄됐다.

금융감독원이 26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면서 소개한 피해 사례다. 금감원은 “최근 주식·선물 등의 상승·하락에 단순 베팅하는 도박형 사이트를 이용하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제보·상담이 다수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법에 속아 8000만원을 날린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홈페이지를 도용한 불법 사이트(위)와 정상적인 금융회사 사이트.

금융사 홈페이지를 도용한 불법 사이트(위)와 정상적인 금융회사 사이트.

수법은 교묘하다. ‘인터넷 카페 등에 고수익 보장하는 광고 글로 유인→금융사 도용한 불법 사이트 가입 권유→주가 상승·하락에 베팅 지시→수익이 난 것처럼 사이트 조작→수익금 인출 요구하면 잠적’. 이 과정에서 간혹 소액의 수익금을 출금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더 큰 투자금을 입금받기 위한 미끼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또한 홀짝 게임처럼 주가·환율 등의 상승·하락을 단순 예측해 단기간에 손익을 실현하는 상품(바이너리 옵션)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투자 상품이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 특성상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수익률을 왜곡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원금의 3배까지 무료로 리딩해 준다는 말에 현혹돼 투자금을 송금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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