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최정예 요원 강동원 “30㎏짜리 특수복, 걷기도 힘들었죠”

중앙일보

입력 2018.07.26 00:02

업데이트 2018.07.26 13:39

지면보기

종합 23면

배우 강동원과 영화 ‘인랑’에서 그가 연기한 임중경(오른쪽). 경찰 특수조직의 최정예 대원이자 인간병기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강동원과 영화 ‘인랑’에서 그가 연기한 임중경(오른쪽). 경찰 특수조직의 최정예 대원이자 인간병기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강화복이 주는 이질적 인상 때문인지 포스터 보고 공포영화냐고 묻는 분도 있었어요. SF적인 요소가 있지만, 액션·멜로 장르에 더 가깝습니다. 한국영화로선 새롭게 느끼실 만한 작품 같아요.”

2029년 배경 액션극 ‘인랑’ 주연
일본 SF애니메이션 원작 다듬어
“이야기 불명확하다” 비판도 나와

배우 강동원(37)은 주연을 맡아 25일 개봉한 영화 ‘인랑’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영화는 ‘밀정’(2016)에 이어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총제작비 230억원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로 유명한 일본 감독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을 2029년 통일을 앞두고 혼돈에 빠진 한국을 무대로 각색했다. 강동원이 연기한 임중경은 대통령 직속 경찰조직 ‘특기대’의 최정예 대원. 남북한 통일 준비에 위협을 느낀 강대국들의 경제 제재로 민생이 악화되고, 통일을 반대하는 반정부 테러단마저 등장하자, 이를 막기 위해 창설된 것이 특기대. 하지만 권력을 장악하려는 정보기관 ‘공안부’는 또 다른 음모를 꾸민다.

쇠로 된 갑옷, 즉 강화복으로 전신을 감싼 채 붉은빛으로 어둠을 꿰뚫는 특기대의 위협적인 외양은 원작을 그대로 본떴다. 강동원·정우성 등이 강화복으로 무장하고 펼치는 육중한 액션은 큰 볼거리. 강화복을 입고 기관총을 난사하는 하수도 총격전도 강렬하다.

그런데 연기에 최대 고비가 된 것도 바로 강화복이었다. 옷 자체의 무게만 30kg 이상. 할리우드 ‘아이언맨’ 시리즈의 수트 제작진이 만들었다. 강동원은 “처음엔 입고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며 “강화복을 입은 채 작살을 맞고 끌려가거나,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은 시나리오엔 없다가 찍으면서 추가됐다. 영화에서 들고 쏜 MG42 중기관총도 엄청나게 무겁다. 원래 바닥에 두고 쏘는 거라더라. 좋은 장면을 위한 감독님의 판단이라 믿고 임했다”고 했다.

강화복에 얼굴이 가려진 장면도 그가 직접 소화했다. 한여름에 시작한 촬영은 겨울까지 8개월쯤 이어졌다. 여름에 비 오듯 땀을 쏟게 한 강화복은 겨울이면 엉덩이를 얼어붙게 했다. 탈수 방지를 위해 엉덩이 부분만 망사 소재로 만들어서다.

맨몸으로 남산타워에서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는 대규모 액션신도 볼거리라 했더니, 그가 조심스레 “몰랐던 트라우마가 생겼더라”고 털어놨다. “남산타워 안에서 폭탄이 빵 터지는 순간 연기하다 말고 몸이 딱 멈췄어요. ‘마스터’(2016) 때 화약 터뜨리는 액션신에서 유리조각이 목에 박혀 구멍이 난 사고 이후부턴 저도 모르게….” 그는 “제가 스턴트 대역을 많이 안 쓰는 편인데, 이번 영화는 좀 더 의지했던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인랑’은 그가 6년을 기다린 영화다. 김지운 감독과 단편 첩보물 ‘더 엑스’(2013)를 선보이기 1년 전 출연을 약속했다. 하지만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았다. 한국 SF영화는 잘 된 예가 없단 이유다. 공개된 영화도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잘 살았단 평가와 복잡한 시대배경에 비해 서사가 다소 불친절하고, 캐릭터의 고뇌가 충분히 와닿지 않는단 평가가 엇갈린다. 비관적인 원작과 다른 결말도 그렇다. 강동원은 “새드엔딩도 찍었지만, 감독님도 상업영화로선 선택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주연작은 올해 초 ‘골든슬럼버’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던 터. 흥행에 더 부담을 느낄 법하다.

영화에서 국가를 위한 인간병기로 살아가던 임중경은 이윤희(한효주 분)란 여자를 만나 인간적 감정에 눈뜨며 혼란스러워한다. 강동원도 배우로서 혼란을 느낀 시기가 있을까. 그가 “지금이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 같아요. 할리우드 진출작 ‘쓰나미 LA’ 촬영 시작이 늦어지고 있거든요. 미국에 있으며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스트레스도 받고. 그렇다고 해오던 것만 계속하기는 싫고요. 좋은 배우로 기억에 남고 싶은데, 요즘은 쉽지가 않네요. 고민이 많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