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60여개 중대 새벽 집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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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날 오후 11시까지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소속 회원 400여 명이 대추분교에 속속 모여들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엔 이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승합차 등이 빽빽이 주차돼 차량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다. 범대위 측은 4일 새벽까지 전국에서 500명 이상의 회원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대추분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집행을 강행한다면 결사항전으로 맞설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이날 범대위는 소속 138개 시민.사회단체 회원에게 담요와 비상식량을 지참하고 오후 10시까지 대추분교로 총집결하라는 '긴급지침 1호'를 하달했다.

범대위는 주민들과 함께 대추분교 정문을 쇠사슬로 걸어 잠그고 농기계로 바리케이드를 치며 강제철거에 대비했다. 경찰도 이날 오후 급박하게 움직였다. 서울경찰청은 서울시내 각 경찰서 경비과에 총출동령을 내려 10개 중대 정도의 경찰력을 동원, 이날 오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평택으로 향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도내 36개 중대를 평택공설운동장과 대추리 인근 지점에 4일 새벽 집결하도록 지시를 내려 지역별로 4일 오전 3~4시 평택에 도착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를 출발토록 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경찰력도 4일 오전 4~5시 일제히 평택에 집결한다.

충남경찰청 소속 9개 중대 900여 명과 충북경찰청 3개 중대 300명도 경부고속도로 안성 톨게이트에 4일 오전 4시까지 합류한다. 이와 함께 경기지방경찰청은 대추분교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국방부의 행정대집행과 관계없이 대추분교에 경찰력을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 남아있는 주민은 70가구=국방부에 따르면 당초 평택 미군기지의 확장에 반대한 주민은 680가구였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 이사하지 않고 있는 주민은 70가구다. 모두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리에 분포해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35가구는 현재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미군기지에 편입될 부지 349만 평의 79%인 275만 평을 주민과 협의에 의해 매수했다. 매수하지 못한 나머지 부지에 대해서는 공탁금을 걸었다. 전체 공탁금 1335억원 가운데 358억원(26.8%)을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 "기지 이전 예정대로 진행하라"=기독교사회책임.뉴라이트전국연합 등 13개 보수성향 단체는 3일 성명을 내고 "한.미 간의 합의를 거치고 국회가 비준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확장 이전을 반대하는 평택범대위는 주한미군 철수를 목적으로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3일 '미군기지 이전확장 반대 팽성대책위원회'가 지난달 "국방부가 강행하려는 대추분교에 대한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을 막아달라"며 낸 신청에 대한 결정을 연기했다. 재판부는 "오늘 양측 입장을 듣는 첫 신문을 진행했는데 원고 측이 제출할 서류가 더 있다고 해 신문을 더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평택범대위=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대책위는 3개가 있다. 팽성대책위와 평택대책위는 지역 주민.단체가 중심이 된 반면 평택범대위는 외부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사실상 평택범대위가 두 개 대책위와 주민들을 관리하며 기지 이전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다. 평택범대위는 지난해 2월 통일연대와 전국민중연대.한총련 등 138개 단체가 연합해 조직한 한시 기구다. 대추리로 주민등록을 옮긴 문정현 신부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은 ▶북한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것이고 ▶한국은 해외 침략의 전초기지가 된다는 등 10가지 이유를 내걸고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해 왔다.

평택=정영진.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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