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 동창리 해체 환영” 폼페이오 “감독관이 검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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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해체 착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환영하고 나섰다.

국무부, 검증 없는 셀프해체 견제 #VOA “평양 인근 ICBM 시설도 폐쇄” #일각 “비핵화 시작으론 볼 수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지부진한 북미협상에 대한 비판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재료임은 분명하지만, 미국이나 제3국에 의한 검증없는 '셀프 해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성과'임을 널리 과시하며 북미협상의 동력을 이어가고, 국무부 등 정부 측은 '신중한 낙관'을 내놓으며 북한을 견제하는, 일종의 역할 분담도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해외참전용사회 전국대회 연설에서 "바로 오늘 북한이 핵심 미사일 시험장 해체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진들이 나왔다. 우리는 그것을 환영한다(appreciate)"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22일 촬영된 북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사진. 발사 직전 발사체를 조립하는 궤도식(rail-mounted) 구조물에 대한 철거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 보인다. [38노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22일 촬영된 북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사진. 발사 직전 발사체를 조립하는 궤도식(rail-mounted) 구조물에 대한 철거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 보인다. [38노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전날 위성촬영 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와 아시아 전체의 미래 번영, 안보,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환상적인 만남을 가졌으며, 아마도 (추가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북미 협상 주역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김 위원장이 약속을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구두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다만 "우리는 엔진시험장을 해체할 때 현장에 감독관(inspector)을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장에 감독관이 없는 상태에서 해체가 진행됐어도 성공 내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들어가진 않겠다. 하지만 분명 '검증'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something paramount)" 고 답했다. 이어 "적법한 그룹들이 참여하는, 그리고 적법한 국가들에 의해 이뤄지는 검증이 미국 정부가 추구하는바"라고 덧붙였다
.

또 폼페이오 장관의 '감독관을 요구했다'는 발언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의 발언이었는지, 미국 측의 추가 요구였는지 시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그 해체는 김 위원장이 미국에 한 약속에 부합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정도로만 얘기하겠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북한이 시험장 해체를 미국에 알렸느냐는 질문에도 "그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해체 움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해체 움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현지시간)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MIT대 교수를 인용, "(동창리) 엔진 시험대 해체가 되돌릴 수 없는 것인지(irreversible)는 불분명하다"며 "나아가 이미 북한은 이동식 발사대에서도 쏠 수 있는 고체연료 미사일로 옮겨 간 만큼 (동창리의) 로켓 발사대의 필요성이 없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발사장 해체 움직임 소식은 그동안 비핵화 관련 별 결과를 보여줄 게 없었던 트럼프 행정부에겐 힘을 북돋아주는 건 분명하다"며 "하지만 북한이 그들의 핵무기를 해체하기 전에는 비핵화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많은 분석가들의 의견"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미·호주 2+2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는 대북 압박을 유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유류의 해상 환적(옮겨싣기)을 차단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통해 비핵화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일부 국가의 제재 해제 움직임을 경고했다.

2016년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광명성 4호 발사장면.

2016년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광명성 4호 발사장면.

정전협정체결 65주년(오는 27일)을 맞아 미군 유해 송환이 이뤄질 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한국에 목숨을 바친 여러분 전우들의 유해가 돌아오게 하려고 일하고 있다. 전몰장병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와 미국 땅에 편히 안장되길 바란다"면서 "그것(유해송환)은 과정의 시작이며 그 과정이 꽤 빨리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그 문제는 (싱가포르에서의) 정상회담 말미에 김 위원장에게 '좋은 관계, 좋은 느낌 속에 유해송환을 할 수 있다면 매우 감사할 것'이라고 (내가) 말했고, 그(김 위원장이)는 '그러겠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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