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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가중했을 것” 노회찬 아내 전용 운전기사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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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심상정 의원이 고인의 부인인 김지선씨(왼쪽)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심상정 의원이 고인의 부인인 김지선씨(왼쪽)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부인이 전용 운전기사를 두었는지가 때아닌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최근 한 매체가 칼럼을 통해 “아내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이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보도했는데, 이 같은 기사가 노 의원의 부담을 가중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발단이 됐다.

권영철 CBS 대기자는 24일 이 매체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노 의원이) 사망하기 전날 ‘집 안에 아내 전용 운전기사가 있을 정도면 재벌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식의 칼럼 기사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권 대기자는 “선거 시기에 자원봉사자가 노 의원 부인의 운전을 한 것이다. 그걸 전용기사, 재벌이라고 한 것은 명백한 공격이다. 아니라고 확인했는데도 그냥 기사가 나갔는데, 이런 잘못된 보도들이 얼마나 (노 의원) 마음의 부담을 가중시켰겠나”라며 “그걸 견디지 못한 것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진 김종철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페이스북]

[사진 김종철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페이스북]

노 의원을 보좌해온 김종철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역시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해당 칼럼을 링크한 후 “노 의원 부인은 전용 운전기사가 없고, 2016년 선거기간에 후보 부인 수행을 위해 자원봉사로 운전을 한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10일이든, 20일이든 그 기간은 어쨌든 전용기사 아니냐’고 한다”며 해당 칼럼을 쓴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김 비서실장은 “돈을 주지도 않고 자원봉사로 운전을 한 사람이라고 했더니 ‘돈을 안 준 게 더 문제 아니냐’며 돈을 줬든 안 줬든 전용기사라고 우긴다. 자원봉사자에게 돈을 주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걸 알기나 하는지…”라고 억울해했다.

법원 재판 결과와 2016년 노 의원 선거운동본부 관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운전기사는 장모(57)씨로, ‘드루킹’과 연관되어 있다.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으로 알려진 장씨는 당시 ‘뭐라도 도와드리고 싶다’며 노 의원 선거본부를 찾아왔다고 한다. 당시 집행위원장을 맡은 정의당 경남도당 감순희 사무처장은 “당시에는 경공모 회원인줄 전혀 몰랐다. 장씨는 20여 일간 다른 봉사자와 나눠서 운전했고, 급여는 지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무장이나 연락소장, 사무원 등이 아니라면 자원봉사에 따른 보상 등을 불문하고 선거운동과 관련한 금품이나 다른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장씨는 자원봉사를 대가로 드루킹 측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드루킹과 회계 책임자이자 느릅나무 출판사 공동대표인 ‘파로스’ 김모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6년 12월 16일 고양지원 1심, 지난해 5월 24일 서울고법 2심을 거치면서 모두 벌금형(200만~600만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 8일 전 드루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회찬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는 글을 올린 바 있는데, 일각에서는 해당 재판과의 연관성을 추측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을 맡은 1‧2심 재판부는 장씨가 노 의원 선거본부 자원봉사 운전기사였음을 명확히 했다. 1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장씨가 자신이 속해 있던 모임의 돈을 제공받은 것”이라고 봤고,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역시 “피고인들은 선거운동 자원봉사에 대한 실비보상 또는 위로적 차원에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선거운동본부에서 후보자의 배우자에게 차량과 운전봉사자를 지원한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거의 모든 국회의원 후보의 배우자가 선거운동에 동참하는데, 지리에 밝은 자원봉사자를 운전자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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