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KT배왕위전 : 수포로 돌아간 흑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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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40기KT배왕위전'

<16강전 하이라이트>
○ . 박영훈 9단 ● . 백홍석 4단

공부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눌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공부와 일각이 통하는 바둑은 어떨까.

이 판의 박영훈 9단은 홍민표 5단, 서봉수 9단, 박지훈 4단에 이어 백지희 초단까지 4명의 기사를 꺾고 16강전에 진출했다. 21세 처녀기사 백지희는 남자 기사들을 연파하고 32강까지 진출했다가 강적을 만나 꺾였다. 백홍석 4단은 윤영선 4단, 한해원 2단 등 2명의 여자 기사를 가볍게 누른 뒤 이상훈 5단과 이현욱 6단까지 역시 4연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이번 KT배 왕위전 예선에서 여자는 64강전에선 6명이 살아남았고, 32강전에선 한 명, 16강전에선 모두 탈락했다. 남녀의 격차가 점점 가까워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대략 이런 정도다. 프로 202명 중 여자는 36명.

장면도(54~65)=실리 손실을 보면서도 백홍석 4단은 중앙 확장에 집중했다. 백△ 한 점을 차단한 뒤 흑?까지 중앙의 폭을 최대한 넓힌 것. 하지만 이 전략은 공허했고 흑은 결국 지푸라기만 손에 쥐게 된다. 흑의 전략을 철저히 와해시킨 백의 교묘한 대응책을 감상해 보자.

박영훈 9단은 54, 56에 이어 58로 멀리 외곽에서 깎아온다. 흑은 내친걸음인지라 55, 59로 막아 집을 짓는다. 그러나 64가 놓였을 때 백홍석 4단은 비로소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그는 65로 뚫고 나갔고 눈물을 머금고 백 66의 돌파를 허용했다. 66의 한 수로 흑의 오랜 공사는 수포로 돌아갔다.

참고도=그동안 중앙에 들인 공을 생각한다면 흑1로 막고 봐야 한다. 그러나 백도 2로 막아 집을 짓게 된다. 흑집은 많은 대가를 치렀지만 백은 공짜다. 그런데 얼핏 백집이 더 커보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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