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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보낸 마린온 장병 … 유족, 청와대 비서관 조문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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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마린온 헬기 사고로 순직한 장병들의 합동 영결식이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거행됐다. 이날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스1]

마린온 헬기 사고로 순직한 장병들의 합동 영결식이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거행됐다. 이날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스1]

마린온 헬기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23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해병대장으로 거행됐다. 영결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장병, 시민과 송영무 국방부장관,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여야 국회의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장의위원장인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은 순직한 고 김정일 대령, 고 노동환 중령, 고 김진화 상사, 고 김세영 중사, 고 박재우 병장의 이름을 부른 뒤 “5인의 해병을 뼛속에 새기고 뇌리에 각인하겠다”며 “더 안전하고 튼튼한 날개를 달고 5인의 해병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희생을 기렸다.

해병 영결식 “뒤늦은 조문은 모욕” #1계급 진급, 위령탑 건립하기로

영결식장인 해병대 1사단 도솔관에 태극기에 싸인 관이 들어서자 유가족들은 군인들을 밀쳐내고 관 위에 쓰러지다시피 하며 통곡했다. “내 아들 한번 만져 보자! 이거 놔!”라는 절규도 튀어나왔다. 사고 헬기의 정비 불량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유가족들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고 박재우 병장의 아버지 박영호(51)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진상을 밝히기 위해 유족과 동조 단식해 믿고 지지했다”며 “하지만 나라를 위해 군대에 보냈다는 이유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보냈던 안쓰러움을 순직 장병 유가족에게도 보낼 수 없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김현종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이 참석하려 했지만 유가족들의 거부로 조문하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청와대가 사고 수습 과정에서 미흡하게 대응했고, 공식 조문 일정이 끝난 뒤 뒤늦게 방문해 유가족을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위로의 말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안타까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클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장병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썼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순직 장병들의 명예를 높이고 희생을 기리기 위해 영결식에 앞서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해병대와 유가족들은 순직한 장병들을 기억하기 위해 위령탑도 건립하기로 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서울=이근평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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