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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문고리 권력’…마크롱 보좌관 무차별 시민폭행 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안전담당 보좌관 알렉상드르 베날라(왼쪽 사진의 왼쪽). 그는 지난 5월 노동절 집회 당시 경찰 장비를 착용하고 집회 참여자를 폭행한 혐의(오른쪽 사진)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SNS 화면 캡처]

지난 1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안전담당 보좌관 알렉상드르 베날라(왼쪽 사진의 왼쪽). 그는 지난 5월 노동절 집회 당시 경찰 장비를 착용하고 집회 참여자를 폭행한 혐의(오른쪽 사진)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SNS 화면 캡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보좌관이 경찰 행세를 하며 집회에 참여한 뒤 시민들을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여기에 이 보좌관이 엘리제궁 예산으로 호화생활을 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프랑스판 문고리 권력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 르몽드는 지난 5월 1일 무차별적 폭력이 일어난 노동절 집회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마크롱의 안전 담당 보좌관인 알렉상드르 베날라(26)가 사복 차림으로 경찰 시위 진압용 헬멧을 쓴 채 시위 참가자들을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에서 베날라는 여성의 목을 조르는 가하면, 한 남성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있었다.

르몽드는 SNS에 올라온 당시 집회 현장 영상을 추적해 시민들을 때린 남성이 마크롱 대통령의 보좌관 '베날라'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안전담당 보좌관 알렉상드르 베날라가 지난 5월 노동절 집회 당시 경찰 장비를 착용하고 집회 참여자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SNS 화면 캡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안전담당 보좌관 알렉상드르 베날라가 지난 5월 노동절 집회 당시 경찰 장비를 착용하고 집회 참여자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SNS 화면 캡처]

르몽드에 따르면 이날 집회 상황을 살펴보겠다며 현장에 나간 베날라는 경찰에게 헬멧을 건네받아 시위 진압에 참여했다.

베날라는 시위 진압에 관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의 행위는 월권에 해당한다. 또 경찰이 베날라의 폭행을 보고도 방조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엘리제궁이 이 사실을 알고도 지난 5월 베날라에게 15일 정직 처분만 한 뒤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르몽드의 보도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엘리제궁은 베날라를 파면하고, 베날라 폭행을 묵인한 경찰 간부들을 모두 직위 해제했다.

하지만 엘리제궁이 사건 발생 사실을 알고도 덮으려 한 데 대해 의회는 국정조사를 시작하며 마크롱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마크롱 대선 후보 시절 사설 경호원이었던 베날라는 마크롱이 대선에 당선되며 함께 엘리제궁으로 들어갔다.

그는 경호실 소속이 아니었지만, 경호실장 역할을 해오며 의전과 경호를 좌지우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베날라는 엘리제궁 예산으로 파리 시내 고급 아파트를 빌려 쓰고, 기사 딸린 승용차도 타고 다닌 것으로 조사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베날라 사건이 터지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39%까지 떨어졌다. 프랑스 국민은 사람을 잘못 쓴 마크롱에게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대처가 미숙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 개편을 지시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정부 인사들과 만나 이번 사태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알렉시 콜러 비서실장에게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장본인인 베날라의 행동에 대해 '용납할 수 없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보좌진 중 누구라도 법 위에 있다는 생각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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