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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지난 정부 잘못 구체적 명시해 책임 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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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세월호 유가족 상당수는 눈물을 흘렸다.

“태국 동굴 소년들 구조 부러웠다”

유경근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9일 유족들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무슨 잘못을 했고 기업(청해진해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명시해 달라는 것이 소송 제기의 목적이었다”며 “그 책임을 인정했다고 해서 기쁘지 않다. 당연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첫걸음을 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소송을 낸 희생자 118명(단원고생 116명, 일반인 2명)의 유가족은 2015년 국가가 ‘4·16 세월호 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지급하겠다고 한 위자료와 배상금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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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1심 판결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한 유가족은 “자식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참사의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손해배상을 받고 끝낼 수는 없다”며 “이제 시작일 뿐이고 판결문에 어떤 것이 명시되는지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남겨준 숙제를 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대응에 대해서도 유가족들은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유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무능을 넘어 아예 진상 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하지 않았느냐”며 “2심 재판에서는 추가적인 진상 규명을 통해 단순히 ‘지난 정부와 청해진이 잘못했다’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명시해 책임을 물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 중 일부는 최근 태국에서 동굴에 갇힌 축구팀 소년 전원이 무사히 구조될 때 태국 사람들이 부러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직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 정권의 부도덕성과 무능력에 대해 철퇴를 내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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