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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대표 여행 코스 만석 닭강정 추락에 '음모론' 까지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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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기자가 찾아간 속초 만석닭강정은 식약처 위생 적발의 여파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오른쪽은 닭강정 이미지. 속초=박진호 기자 [중앙포토]

19일 기자가 찾아간 속초 만석닭강정은 식약처 위생 적발의 여파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오른쪽은 닭강정 이미지. 속초=박진호 기자 [중앙포토]

강원도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1㎞ 거리에 있는 속초관광수산시장. 여기엔 속초 여행 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만석닭강정(중앙시장점)이 있다.

평소엔 한 상자에 1만7000~1만8000원짜리 닭강정을 사려는 관광객들로 긴 줄이 늘어서는 곳이다. 하지만 19일 오전 기자가 방문했을 땐 대기시간 없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이 뜸했다.

“그렇게 깨끗하게 한다고 나름 신경을 썼는데도 (위생단속에) 걸렸네요. 어제 오늘 팔리는 거 보면 평소의 반토막이에요.”

이곳 직원은 기자에게 아쉬움을 털어놨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만석닭강정을 포함한 23곳의 식품제조업체가 위생기준을 위반했다고 17일 발표한 데 따른 영향이다. 만석닭강정은 조리장 바닥과 선반에 음식 찌꺼기가 남아있는 게 적발됐고, 주방 후드에 기름때와 먼지가 껴 있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곳은 또 위생교육에 참석하지 않은 직원을 '참석'으로 거짓 기록한 점도 적발됐다.

직원은 “그래도 오후가 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평소에도 오전엔 대기 손님 줄이 길진 않거든요”라고 말했다.

속초 만석닭강정은 식약처 위생 적발 사실에 대한 사과문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다. 속초=박진호 기자

속초 만석닭강정은 식약처 위생 적발 사실에 대한 사과문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다. 속초=박진호 기자

직원들은 뜸하게 오는 손님 한 명 한 명을 맞을 때마다 카운터 옆에 설치한 사과문을 보여줬다. 전날 만석닭강정은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많은 고객분께 사죄드린다“며 ”잘못됐던 부분에 대해 정말 고객님들께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냈는데, 이것을 손님들 보이는 곳에 걸어놓은 것이다.

이와 함께 직원들은 손님에게 “이런 일이 있었는데 (닭강정을 사셔도 기분이) 괜찮으신가요”라고 확인했다. 손님들에게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후가 돼도 손님은 늘지 않았다. 이곳 남쪽 청초호 주변에 있는 본점도 마찬가지였다. 본점은 대기 손님이 하나도 없는 모습도 한때 보였다.

19일 속초 청초호 주변에 있는 만석닭강정 본점에선 식약처 위생 단속 적발의 여파로 한때 대기 손님이 하나도 없는 시간도 있었다. 속초=박진호 기자

19일 속초 청초호 주변에 있는 만석닭강정 본점에선 식약처 위생 단속 적발의 여파로 한때 대기 손님이 하나도 없는 시간도 있었다. 속초=박진호 기자

오히려 사람들은 또 다른 유명 닭강정집 몰렸다. 같은 시장에 있는 이곳은 오전부터 손님으로 북적였다. 여기는 관광객보다는 속초시민의 인기가 더 높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이날은 상당수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왔다.

경기 광명시에서 속초로 휴가를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지영(23)씨는 “17일 처음 놀러왔을 땐 만석닭강정을 사먹었는데, 식약처 단속에 걸렸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는 일부러 사먹게 되진 않더라”며 “오늘은 다른 집 닭강정을 사들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님이 뜸해진 속초 만석닭강정의 19일 모습. 속초=박진호 기자

손님이 뜸해진 속초 만석닭강정의 19일 모습. 속초=박진호 기자

그럼에도 만석닭강정의 팬(만석팬)들은 여전히 이곳 음식을 믿고 사먹는다고 했다. 만석팬들은 “기사 봐서 알아요. 상관 없어요. 닭강정 주세요”라고 주문하며 고민하는 모습이 없었다. 경기 안산에서 놀러온 장준수(36)씨는 “직원들이 식약처에 걸렸다는 걸 먼저 설명해주니 오히려 믿음이 간다”며 “불량 재료를 쓴 것도 아니고 후드 청소 좀 뜸하게 했다고 걸린거잖아요”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한편 이곳 시장 상인들 사이에선 만석닭강정에 대한 동정론도 나온다. 만석닭강정을 중심으로 늘어서있는 이른바 ‘닭강정 골목’을 벗어난 곳에 있는 다른 상점으로 갔을 때 기자가 들은 이야기다.

이곳 상인 A씨는 “몇년 동안 지켜봤는데, 만석닭강정만큼 그 골목에서 청소를 잘 하는 집이 없다”며 “꼬투리 잡으려고 관청에서 마음먹고 들어와 점검하면 안 걸릴 곳이 있을 것 같냐”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장사가 잘 되니까, 배가 아파서 흠집 내려는 사람이 은근히 많아. 우리끼리 수군대는 얘기지만, 누가 찔렀는지도(악의적 신고를 했는지도) 몰라. 기자가 한번 알아봐.”

그럼에도 만석닭강정은 한동안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있다. 이 업체 곽승연 대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죄송하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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