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크고 거만하고…'추한 미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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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크고, 거만하고, 옷도 못 입는 미국인. 게다가 뚱뚱하기까지…'

미국에서 이른바 '추한 미국인(ugly American)'이미지를 개선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일 USA투데이에 따르면 '민간 외교'촉진을 표방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 BDA는 이달 홈페이지(businessfordiplomaticaction.org)에 해외 여행이 잦은 기업 임직원들을 위한 '세계 시민 가이드'를 게시했다. 이 단체는 또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아메리칸 항공사.로우스(Loews) 호텔 등 50여 개의 미국 기업에 같은 내용을 담은 소책자도 배포했다. 책자는 미국인들이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옷도 제대로 입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단체가 미국 이미지 개선 운동은 전세계에서 일고 있는 '반미 정서'가 미국 기업의 활동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최근 BD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미 정서'가 단지 이라크 전쟁 등 미국의 정책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인 개개인의 행동에서 촉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 관계자는 "많은 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을 분리해 봐왔지만 지금은 그 구분이 흐릿해졌다"며 "예전에는 많은 사람이 미국인의 삶의 방식을 동경해 왔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추한 미국인' 이미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들이 대거 해외 여행에 나서면서부터 만들어졌다. 특히 유럽인들의 반감이 심했다. 9.11 이후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벌인 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답변자는 미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로'타문화에 대한 존중심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추함'은 이제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당수 국가에서 해외 여행이 일반화된 이후 생긴 현상이다. 해외여행 컨설턴트인 딘 포스터는 "이제는 추한 영국인, 추한 중국인, 추한 독일인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며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 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BDA가 배포한'세계 시민 가이드'의 주요 내용이다.

-목소리 톤을 낮추고 천천히 말해라. 목소리가 크면 허풍스럽게 느껴지고 말하는 속도가 빠르면 공격적으로 보인다. 해외에 갈 때는 저속한 말은 아예 집에 놔두고 떠나라. 또 말하는 것만큼 듣는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어떤 나라들에서는 캐주얼한 옷차림이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당신의 종교는 당신의 종교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대부분의 비서구 문화권에서는 성서에 대한 지식이 적고 이를 인용하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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