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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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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

TV·라디오·신문·인터넷·메신저 등을 통한 하루 평균 뉴스 이용시간은 도합 107분에 달한다(한국언론재단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 2017’). 모든 사람이 모든 매체를 활용하는 건 아니지만 상당 시간을 뉴스와 함께 보내는 셈이다. 임원기 전 싸이월드 미디어본부장은 “뉴스가 아름답지 않은 나라의 국민은 불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의 뉴스는 어떤가.

16일 워마드의 ‘낙태 인증’ 논란이 SNS를 달궜다. 문제의 사진은 5개월 전 블록체인 기반 SNS ‘스팀잇’에 ‘abortion(낙태)’이라는 제목으로 올라 있었다. 스팀잇은 플랫폼 특성상 작성 1주일이 지나면 게시물을 수정할 수 없다. 워마드는 5개월 전 사진을 가져다가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조작했고, 여러 언론은 먹잇감에 냉큼 달려들어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혐오 게시물을 확산시켰다.

같은 날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작은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진행한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의 후일담을 들려주고 올해 프로젝트인 ‘아름다운 뉴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후일담을 들려주는 스타트업 대표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후일담을 들려주는 스타트업 대표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아름다운 뉴스’는 기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아티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더 나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배우고 협업하는 인력 양성 프로젝트다. 중앙일보 디지털콘텐트랩도 합류하기로 했다. 뉴스가 좀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해서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아름다운 뉴스’일까.

강연아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 교수는 이 자리에서 아름다운 뉴스의 조건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기본에 충실하고, 통찰력과 재미가 있으며, 몰입할 수 있고, 독자의 실행을 유도하거나 적어도 무언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진실에 대한 깊은 집착과 끈기가 있어야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음악인들의 혜안도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참여한 DJ디구루(이디오테잎)는 “기본적으로 뉴스 자체가 ‘정보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강제로 이산가족이 된 ‘정보’와 ‘디자인’이라는 잃어버린 반쪽을 다시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뉴스' 설명회에서 발표하는 MC메타.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아름다운 뉴스' 설명회에서 발표하는 MC메타.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래퍼 MC메타(가리온)는 지난해 진행한 ‘포에트리 슬램’(자유시를 역동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낭독 퍼포먼스) 일인시위(一人詩爲)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취업난·고독사 등의 사회적 이슈를 김경주 시인이 시로 쓰고, MC메타가 이를 랩으로 옮기는 방식이었다. 뉴스의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아름다운 뉴스란 무엇인가, 그 답을 찾는 여정에 다양한 이가 동참해 더 많은 가능성을 확인하면 좋겠다. 19일 접수 마감이다.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