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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보다 더운 것 같다"…대구 37도, 서울 34도 전국 폭염특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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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인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식당이 기다리는 손님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초복인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식당이 기다리는 손님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12시 30분 대구 중구 약전골목의 삼계탕집. 초복(初伏)을 맞아 몸보신을 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대구의 최고기온은 37도까지 치솟았다. 손님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뜨거운 날씨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란 말을 실감케 했다.

초복인 17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삼계탕 식당. [연합뉴스]

초복인 17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삼계탕 식당. [연합뉴스]

태국에서 온 시타타인움(28·여)씨는 "한여름의 대구는 태국보다 더운 것 같다"며 "남편과 함께 삼계탕 한 그릇 먹고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장수(30·대구 달서구)씨도 "밖에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요 며칠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폭염 속에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쿨링-포그 시스템(Cooling-Fog System)이 가동돼 더위를 식히고 있다. 쿨링-포그 시스템은 정수처리된 물을 고압으로 분사시켜 미세물분자가 기화(氣化)되면서 주변 온도를 낮춰주는 시설이다.[중앙포토]

폭염 속에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쿨링-포그 시스템(Cooling-Fog System)이 가동돼 더위를 식히고 있다. 쿨링-포그 시스템은 정수처리된 물을 고압으로 분사시켜 미세물분자가 기화(氣化)되면서 주변 온도를 낮춰주는 시설이다.[중앙포토]

이날 오전 전국 도심 주요 교차로에 설치된 '그늘막 쉼터'는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며 햇볕을 피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백승진(29·경기 분당시)씨는 "아침부터 너무 더워서 출근 전에 기진맥진할 것 같다"며 "주말에도 찜통더위라고 하니 집에서 쉴 것"이라고 했다.

광주·전남지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우치공원 동물원에서 코끼리들이 사육사가 뿌려주는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광주·전남지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우치공원 동물원에서 코끼리들이 사육사가 뿌려주는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더위에 동물들도 지쳤다. 대구 중구 달성공원에 사는 코끼리 부부는 차가운 물에 세 차례 샤워했다. 불곰은 몸에 털이 많아 물을 뿌리는 것만으론 '대프리카'의 더위를 이기지 못해 특식인 얼음과자를 먹었다. 사육사들은 우리에 차광막을 설치해 햇볕을 가려줬다.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북극곰 통키가 얼린 생선과 과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북극곰 통키가 얼린 생선과 과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경기 용인시의 에버랜드에서도 기린 가족이 얼린 과일을 먹으며 잠시나마 더위를 식혔다. 사자는 닭고기와 함께 매달린 물풍선을 터뜨려 차가운 물로 몸을 씻었다. 광주 우치동물원 호랑이는 소고기와 닭고기가 들어간 특식용 얼음과자를 먹었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의 사자가 닭고기와 함께 매달린 물풍선을 터뜨려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의 사자가 닭고기와 함께 매달린 물풍선을 터뜨려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를 내렸다. 낮 최고 기온은 서울 34도, 경기 수원 35도, 경북 포항·대구 37도, 강릉·광주 36도 등이다.

닷새째 폭염이 이어지면서 대구의 한 백화점에서는 스프링클러 센서가 더위를 화재로 오인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오후 1시쯤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하 2층 동문 유리 쪽에 붙어있던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물이 백화점 내로 쏟아졌다. 백화점 1개 매장이 물에 젖었다. 이날 대구 낮 최고 기온이 36.4도까지 오르면서 백화점 유리 쪽 부근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센서가 작동한 것이다.

포항제철소 혹서기 수면실. [사진 포스코]

포항제철소 혹서기 수면실. [사진 포스코]

고열작업장에서는 근로자 건강 지키기에 나섰다. 경북 포항제철소에서는 16일부터 수면실 운영을 시작했다. 순회 진료도 시행한다. 진료팀은 주 2~3회 현장을 방문해 근로자의 건강상태를 상담하고 의약품을 처방한다. 운전실과 고열작업장 등 현장에는 작업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1000여 개의 제빙기와 냉온수기가 마련됐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에서는 이날 수박과 삼계탕이 점심 메뉴로 나왔다.

초복인 17일 대구 성서공단의 (주)오리온합금. 점심 메뉴로 삼계탕과 수박이 나왔다. [사진 독자제공]

초복인 17일 대구 성서공단의 (주)오리온합금. 점심 메뉴로 삼계탕과 수박이 나왔다. [사진 독자제공]

각 지자체에서 준비한 더위 대책도 시행 중이다. 도심에서는 물을 안개처럼 분사하는 ‘쿨링 포그’가 시민들의 더위를 식혔다. 도로에 물을 뿌리는 ‘클린 로드’도 가동에 들어갔다.

열대야가 계속된 16일 저녁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열대야가 계속된 16일 저녁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도심 근교 캠핑장과 서울 한강 일대에는 열대야를 피하려는 텐트족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김지은(24·대구 수성구)씨는 "밤에 강아지를 데리고 근처 캠핑장에라도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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