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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더위에 멍~ 하신가요…“당신 탓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16일 오후 한 시민이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는 모습(왼쪽)과 서울 여의대로에 지열로 인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모습(오른쪽) [뉴스1, 중앙포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16일 오후 한 시민이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는 모습(왼쪽)과 서울 여의대로에 지열로 인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모습(오른쪽) [뉴스1, 중앙포토]

가마솥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높은 기온이 인간의 사고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PR에 따르면 하버드대학 '기후보건 지구환경센터'의 조 앨런 소장 연구팀은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고력에 영향을 미쳐 산수 문제 풀기도 어렵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보스턴 지역의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A그룹은 기숙사에 중앙냉방시설이 갖춰져 실내 평균온도가 섭씨 21.6도(화씨 71도)로 유지됐고, B그룹은 에어컨 없이 평균 섭씨 26.6도(화씨 80도)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다.

연구팀은 각 그룹의 학생들에게 12일간 아침마다 전화를 걸어 두 가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하나는 기본적인 덧셈, 뺄셈 등 기본적인 산수 문제로 인지 속도와 기억력을 측정했고, 다른 하나는 주의력과 처리 속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에어컨이 없는 건물에서 생활하는 B그룹의 학생들이 에어컨이 있는 건물의 A그룹보다 반응 속도가 느리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기초연산 테스트 점수를 보면, B그룹 학생들은 A그룹보다 13% 떨어졌고, 분당 정답 수도 10% 가까이 낮았다.

앞서 다른 연구소에서도 더위가 인간의 정신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2006년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는 사무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섭씨 22.2도(화씨 72도)를 기점으로 근로자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특히 온도가 섭씨 30도(화씨 80대 중반)를 넘어서면 생산성은 9%가량 줄여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NPR은 이 밖에도 학교 교실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실내온도가 높고, 조명시설이 좋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떨어진다는 연구와 폭염 속에서 시험을 치르면 그렇지 않은 날보다 성적이 낮게 나온다는 연구 결과도 덧붙였다.

앨런 소장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두 무더위와 상관없이 일을 잘 수행할 수 있고, 더위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과학적 증거들은 실내 온도가 우리의 생산 능력과 학습 능력에 극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이를 지구온난화로 확장해 해석하며 "대부분 감지할 수는 없지만, 지구의 기온이 서서히 지속으로 오르고 있고, 인간은 이런 기온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런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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