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의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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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부 대학생의 의원회관 사무실점거시위사건과 이를 둘러싼 정국양상은 화합과 성숙을 다짐한 올림픽의 고양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불상사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문제의 학생들 뿐 아니라 상당수 야당의원 보좌관들에 대한 수사가 벌어지고 하루동안 국정감사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으니 올림픽의 화합은커녕 정국긴장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하게된다.
우선 사태의 발단인 일부학생들의 폭력시위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올림픽의 성공적 폐막에 이어 16년만의 국정감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터에 국회의사당의 일부인 의원회관에까지 난입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벌인 것은 동기가 비록 순수했을 지는 몰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이 내세운 5공 비리와 광주문제의 과감한 해결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과정과 절차를 통해 이뤄질 문제이며 결코 폭력시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 그것이 우리가 다져 나가야할 의회민주주의를 존중하는 태도일수도 없다.
이 사건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학생들에 동조, 가세한 일부 야당의원 측근들의 행동이었다.
박수를 치고 노래와 구호를 함께 부르고 진압경찰을 저지한 일부 야당의원 보좌관·비서 등의 행동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한심한 작태였다. 그들은 국회공무원이며 넓게 보아 현실정치의 참여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학생들의 폭력시외에 동조하고 심지어 경찰의 진압을 방해까지 했으니 그곳이 어디며, 자기들이 누군 지도 잊은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문제를 더욱 악화, 확대시킨 것은 민정당의 대응이 아닌가한다. 비록 자당의원의 사무실이 점거 당하고 야당 측 보좌관들의 철딱서니 없는 행위에 분통이 터졌겠지만 이를 국정감사의 중단사태로까지 몰고 간 것은 과잉반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처리는 사직당국에 맡기고 야당 측에 대해서는 응분의 사과를 받아내는 선에서 대응하는 것이 상식적인 처사였을 것이다.
과격학생들의 폭력적 시위는 불행스럽지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번 사건도 전환기의 우리사회가 앓고 있는 고통의 또 한 사례가 추가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야당 측 보좌관들의 행위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는 야권의 어떤 분위기의 한 표출로 해석할지 모르나 그것을 야당의 고의적인, 또는 계획적인 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도 중앙과 지방에서 벌어지는 국정감사를 모두 중단한 채 긴급의원 총회를 열고 여기서는 자폭론과 간은 초 강경 발언까지 나왔다니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든 대응이다. 돌연한 감사중단에 과거 유신 때의 일을 떠올린 사람들 중에는 무슨 큰 일이 벌어졌는가하여 한때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여당은 이제라도 사건자체를 냉정히 처리하고 정치적으로 확대하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당부다. 폭력과 체제 도전에 대한 엄격한 공권력 행사를 다짐한 노대통령의 국정연설도 있은 만큼 사건을 일으킨 학생과 가세한 야당 측 보좌관들에 대한 엄격한 사법 처리는 예상되는 일이다.
그러나 흥분된 자세로 문제를 다뤄서는 안되며 이문제로 정국을 긴장시키거나 국정감사가 지장을 받아서도 안될 것이다.
그리고 야당 측도 일부 자기네 식구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옳고 입장을 바꾸어 자당의원 사무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도 생각하면서 사태 처리에 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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