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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미 정상 우여곡절 있어도 결국 약속 지킬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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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호 08면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북·미) 양 정상이 국제사회에 약속했기 때문에 실무협상에 우여곡절이 있어도 결국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렉처 참석자 문답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기반으로 #남북 경제공동체 향해 나아갈 것 #김정은 정상국가 발전 의욕 높아” #트럼프는 김정은 친서 공개 #‘각하’ 6번 등장, 비핵화는 빠져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낮 오차드호텔에서 ‘한국과 아세안,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를 주제로 열린 ‘싱가포르 렉처’에서 참석자와의 문답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2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전망대를 찾았다.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곳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2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전망대를 찾았다.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곳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번 북·미 대화 방식이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이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번엔 양 정상이 국제사회 앞에서 합의하고 그에 따라 실무적 협상을 해나가는 ‘톱다운’ 방식”이라며 “실무협상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과 어려운 과정이 있을 수 있으나 그 과정을 극복하고 정상 간 합의가 실행되도록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세안과 국제사회가 마음과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연설에서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라며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이지만 정상 간 합의를 진정성 있게 이행해 나간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 이행 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미가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히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6~7일 평양 방문 때 받은 것으로 김 위원장의 친서로는 두 번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 [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 [연합뉴스]

백악관 측은 김 위원장이 편지 한글본에선 ‘각하’라는 표현을 6번, 영문본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H.E.(His Excellency)와 ‘Your Excellency’ 표현을 총 6번 썼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미국에 높은 신뢰를 보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영국으로 출발한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아주 멋진 편지. 아주 위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미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각하’라는 제목의 친서에서 “조·미(북·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했다. 그러곤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 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며 조·미 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 주리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다음번 상봉’은 김 위원장이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추가 정상회담의 조기 성사에 대한 희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실천 과정’을 거론한 것은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적, 동시적 행동’, 즉 종전선언을 비롯한 체제보장을 미국 측이 신속히 보여줄 것을 촉구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새로운 미래’와 ‘획기적 진전’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소개함으로써 지지부진한 비핵화 후속 협상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악수(惡手)를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친서에 ‘비핵화(denuclearization)’란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원하는 관계 개선과 추가 회담만 밝혔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는 거론조차 않았다는 지적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워싱턴포스트에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들(두 정상)이 개인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했다는 점이겠지만 결국 본질은 어디로 갔느냐가 문제”라며 “그런 편지를 공개한다고 해서 폼페이오의 3차 방북에 뭔가 더 있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싱가포르=강태화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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