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결산<4>|공·과큰 투기 운도 좋았다|전체 금메달의 절반…"안방잇점"도 큰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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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은 서울 올림픽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투기종목인 복싱(금2·은1·동1) 유도(금2·동1)레슬링(금2·은2·동5)등에서 전체 메달획득 수(금l2·은10·동11)의 절반을 건져내 메달박스임을 재 입증했다.
그러나 이 같은 투기종목도 많은 취약점이 드러나 앞으로 세계 정상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선 훈련방법의 재검토 등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복싱>
복싱은 금2·은1·동메달1개의 빛나는 성과를 올렸으나「상처뿐인 영광」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다.
밴텀급 변정일(변정일)의 판정소동은 파문이 의외로 커져 아마복싱연맹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있다.
사퇴한 회장문제가 수습되더라도 코칭스태프의 교체는 물론, 소위 한국적 복싱으로 불려온 경기스타일에 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올림픽기간 중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게재된 해설기사는 한국권투의 취약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한국복서들은 권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국복서들의 대전모습을 보면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싸움을 거는 모습을 방불케 한다』 다분히 과장된 비방이기는 하지만 한국복싱이 앞으로 진정 세계정상대열에 올라서기 위해 간과해서는 안될 지적이다. 한국코칭스태프는『키가 작고 리치가 짧은 체격의 핸디캡 때문에 정통복싱을 구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이 보여준 복싱스타일은 한국복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 특히 동구복싱이 전통적으로 교과서적인 아웃복싱을 한 반면 미국복싱은 힘을 앞세운 인파이팅을 구사했던 것이 특징이었다. 한국은 이러한 미국복싱의 영향을 받아 마구잡이의 밀고 들어가는 복싱을 선호했으며 상당한 성과를 올려왔다.
그러나 이 같은 스타일에 한계를 느낀 미국은 종래의 파워복싱에서 테크닉복싱, 유럽과 비슷한 아웃복싱으로 전환했으며 이에 힘입어 이번 대회에서 금3·은3·동메달2개로 한국·동독(금2·은1)·소련(금1·은1·동2)을 제치고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김광선(김광선)과 같은 변칙복싱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데다 유효타가 적어 위험성이 많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한국복싱도 정통복싱을 도입, 스트레이트에 이어 훅 공격이 따르는 교과서시의 복싱을 구사해야한다는 것이다. 국내 복싱계는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배타걱이다. 유능한 지도자가 있어도 프로에 간여했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외국인 코치의 초빙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때다.

<유도>
유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60㎏급의 김재엽(김재엽)과 오샤급의 이경근(이경근)이 금메달을, 95㎏이상 급의 조용철(조용철)이동메달을 따냄으로써 기대했던 만큼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감은 성적에는 선수들의 실력 이외에 운과 홈매트의 이점도 있었다.
60㎏급의 경우 김재엽의 최대라이벌인「호소카와」(일본)가 준결승에서 미국선수에게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납득키 어려운 심판판정으로 패배, 탈락함으로써 김의 우승엔 다분히 행운이 따랐다.
이경근도 4회전에서「카라베타」(프랑스)에게 시종 쫓겨다니고도 심판의 판정에 의해 승리를 안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심판들이 봐주려야·봐줄 수 없을 만큼 저조했다.
대표팀의 훈련분위기를 온통 흐려놓으면서 일본 단독전지훈련을 감행했던 95㎏급의 하형주(하형주)는 2회전에서 2분도 채 못되어 누르기 한판으로 패했고, 후배의 앞길을 막으며 대표로 복귀했던 78㎏급의 안병근(안병근)도 3회전에서 나가떨어졌다.
안은 이 경기에서 다소 억울하게 경고를 받아 패한 것은 사실이나 이에 앞서 2회전에서 한판으로 나가떨어진 것을 심판들이 절반으로 선언, 구제해 준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분통터질만한 일은 아니었다.
유도대 일부 관계자는 비 유도대출신의 한국인 심판장이 안의 3회전경기를 맡을 심판을 선정하면서 한국에 비우호적인 유럽계 심판을 골랐다고 흥분,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레슬링>
서울매트에서 금2·은2·동메달5개를 획득한 한국레슬링은 외형상 소련(금8·은4·동3)에 이어 일약 세계2위의 강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LA대회에서 김원기(김원기)의 금메달 이후 4년 동안 각종국제대회에서 한차례도 우승을 못한 그레코로만형의 메달획득은 그동안 선수·코치·협회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실로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렇다면 한국레슬링은 서울매트에서 진정한 강자였는가.
세계챔피언에 오른 노장한명우(한명우)의 투혼, 그리고 김영남(김영남)의 끈기 등은 한국레슬링의 장점으로 족히 지적될만하다. 또 신예 박장순(박장순)의 파이팅, 김성문(김성문)의 스탠딩기술 등은 한국레슬링의 밝은 미래를 점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감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서울매트에서 나타난 한국레슬링의 현주소는 아직도 소련·미국·루마니아 등 각 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레코로만형의 경우 한국선수들은 우선 힘에서 밀리고 있으며 스탠딩기술에 의한 매트기술로의 연결이전무한 형편이었다.
은메달을 따낸 김성문의 업어 넘기기·엉치걸이 등이 돋보였으나 스피드의 부족으로 공격이 단절되는 약점이 두드러졌다. 자유형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체격조건을 가진 일본(금2)에 비해 기술의 낙후성이 눈에 띄었다.
태클이 주류를 이루는 최근의 동향을 감안할 때 이 부문에 대한 집중훈련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으나 매트 위의 기술연결이 이뤄지지 않아 공격이 단발로 끝나는 단조로움을 나타냈다. 그밖에도 경기후반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든가 유연성이 부족한 점등 보완해야할 점이 산적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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