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남북 동시수교' 아세안에 "北과 교류 강화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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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의 대북 경제협력 참여를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평화와 협력, 새로운 미래를 위한 도전'을 주제로 열린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평화와 협력, 새로운 미래를 위한 도전'을 주제로 열린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가 주최한 ‘싱가포르 렉처’의 연사로 나와 “한국에는 싱가포르에는 없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다”며 “바로 남북 경제협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13일 오전(현지시간) 오차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에서 연설을 마치고 열린 질의응답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13일 오전(현지시간) 오차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에서 연설을 마치고 열린 질의응답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그는 이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갈 경우 아세안이 운영 중인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한과의 양자 교류 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ㆍ중ㆍ일ㆍ러 등 한반도 주변의 주요 국가 수준으로 격상ㆍ발전시켜 간다는 전략적 비전을 갖고 ‘신 남방정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 기간은 물론 취임 이후 반복해온 말이다. 특히 이날은 지금까지의 기조와 달리 아세안의 역할을 단순한 경제협력이 아닌 안보와 연관 지어 설명했다.

지난해 8월 8일 오전(현지시간) 아세안 50주년 기념식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이 홀로 서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은 다른 참가자와 얘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8일 오전(현지시간) 아세안 50주년 기념식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이 홀로 서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은 다른 참가자와 얘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세안 10개국이 모두 남북한과 동시 수교를 맺고 있는 외교 지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순방 전 방문했던 인도 역시 동시 수교국이다. 특히 아세안은 이미 북한과의 다자협의 채널을 가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은 2000년 이후 아세안 지역 안보포럼(ARF)을 통해 북한과 국제사회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며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회의로서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의 중요한 소통창구가 되었다”고 말했다.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지냈던 조병제 국립외교원장은 “국제제재가 해제된다는 전제에서 북한과 수교 관계가 있는 아세안 국가는 대북 경제협력을 신속하게 진행하는데 상호 간에 정치적 부담이 적다”며 “아세안 국가들이 대북 경협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설 경우 연말 연이어 열리는 아세안 중심의 국제회의가 중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북한 대표단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북한 대표단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2월 싱가포르에서는 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ㆍ중ㆍ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ㆍ아세안+3ㆍ미국ㆍ러시아ㆍ인도ㆍ오스트레일리아ㆍ뉴질랜드)가 열린다. 아세안이 4강 국가에 이어 한반도 상황에 ‘5번째 당사자’로 참여할 경우 당사자들이 추가로 참여하는 형태의 릴레이 회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15년만에 국빈방문한 싱가포르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다.

문 대통령은 7ㆍ27 정전 65주년 또는 9월 유엔 총회를 종전선언의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이때 실제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아세안이 참여하는 12월 다자 테이블은 본격 대북경협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주변 4강국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주변 4강국 정상.

문 대통령은 주변 4강국과의 대북 협력을 단계적인 과정으로 설명했다.

그는 먼저 “한ㆍ미 양국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양국의 특사단 왕래, 남북 정상회담과 북ㆍ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역사적 대전환’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정상화는 북ㆍ미에 이어 북ㆍ일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과도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시진핑 주석과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는 공동의 입장을 확인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는 남ㆍ북ㆍ러 3각 협력을 준비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이 리설주 여사와 함께 북한 최대 규모로 알려진 신의주 화장품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경제 관련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이 리설주 여사와 함께 북한 최대 규모로 알려진 신의주 화장품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경제 관련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렉처에 이어 교민 간담회 일정을 끝으로 5박 6일간의 인도ㆍ싱가포르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싱가포르=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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