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홈런-2000안타', 김태균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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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인천 SK전에서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김태균. [사진 한화이글스]

지난 8일 인천 SK전에서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김태균. [사진 한화이글스]

300홈런-2000안타. 장타력과 정확도, 그리고 꾸준함을 모두 갖춰야만 하는 기록이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전설 양준혁(49)과 이승엽(42)만이 밟았던 이 고지에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다. 지난 8일 인천 SK전에서 통산 2000안타를 때려낸 김태균(36·한화)이다. 김태균은 우타자로서는 최초로 대기록을 작성하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김태균은 여기서 더 멈출 생각이 없다. 더 많은 안타와 홈런을 때려내겠다는 각오다.

양준혁-이승엽 이어 역대 3번째 #오른손타자로는 최초 달성 김태균

대전구장에서 만난 김태균의 얼굴은 덤덤했다. 그는 "어차피 2000안타는 달성하는 기록이라 큰 부담은 없었다"며 "홈에서 달성하진 못했지만 어차피 기록을 신경쓰진 않는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김태균은 300홈런(5월26일 SK전)도 인천 문학구장에서 달성했다. 그는 "인천에서 사실 성적이 좋았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까지 세 번을 인천에서 다쳤다. 기쁨과 슬픔을 모두 준 곳"이라고 미소지었다.

한화 김태균.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한화 김태균.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상당수 야구 팬들은 김태균의 홈런이 적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김태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타격관은 '홈런을 많이 때리는 것'이 아니다. '나쁜 볼을 골라내고, 스트라이크를 쳐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날리고 힘이 실리면 홈런까지 연결된다'는 게 그의 야구관이다. 그래서 김태균 스스로 300홈런-2000안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태균은 "좋은 타자의 상징이라고 할 수도 있는 기록 아닌가. 내겐 둘 다 소중한 기록이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봤던 타격 메커니즘에 부합한다"며 "두 기록을 비슷한 시기에 달성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야구관이랑 맞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김태균은 통산 3000타석 이상 선수 중 박병호와 함께 OPS(장타율+출루율) 1위(0.961)를 다투고 있다.

양준혁과 이승엽은 만 41세에 은퇴했다. 올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세운 박용택(LG·2331개)은 45세까지 뛰겠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이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그는 "용택이 형 하는 만큼 해야죠. 뭐는 하나 남겨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웃으며 "솔직히 숫자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올해처럼 부상을 입지 않는다면 5년은 끄떡없을 거 같다. 평소 해왔던 평균치 정도는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7~8년 동안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사상 최초로 400홈런-3000안타를 달성할 수도 있다. 김태균은 "최근 2년 동안 여기저기 많이 다치면서 느낀 게 많다. 안 다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2018년 5월 26일 인천 SK전에서 300홈런을 달성한 김태균. [사진 한화 이글스]

2018년 5월 26일 인천 SK전에서 300홈런을 달성한 김태균. [사진 한화 이글스]

물론 400홈런이나 3000안타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우승이다. 한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은 1999년이다. 2001년 데뷔한 김태균은 가을 야구를 경험했지만 우승은 해보지 못했다. "올해 부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워서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선수들이 잘 해줘서 고마웠습니다. 저한텐 딱 하나 남았잖아요. 우승은 꼭 할 겁니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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