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0명 고소’ 압구정 교정 치과…경찰, 사기죄로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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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압구정의 한 치과를 조사한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강남 압구정의 한 치과를 조사한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치아교정 환자들에게 선수금을 받고 제대로 치료를 이행하지 않은 강남 압구정동의 한 치과의원 원장 강모씨에 대해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압구정 모 치과 원장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압수수색 대신 병원 측 동의를 얻어 원장 계좌 일부를 조회하거나 소환하는 등 두 달 가까이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2016년 5월∼올해 5월 환자 700여명에게 약 300만원씩 총 25억원가량을 받고는 이들에게 교정 치료를 완전히 제공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강씨는 병원 재정이 어려워 교정 진료를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백명에게 선금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투명 장치를 이용한 치아교정’을 내세워 ‘이벤트 치과’로 유명세를 얻은 이 병원은 지난 5월쯤 경영난을 겪으면서 의료진 퇴사 등 사태가 벌어지자 환자 진료를 일시 중단했다. 갑자기 진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환자들은 ‘먹튀’ 의혹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환자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집단 접수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약 2개월간 고소장을 낸 사람은 1040여명에 달했고, 경찰은 이중 700여명의 피해 사실을 확인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수사에 협조해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 점, 부분적으로나마 진료가 이뤄지고 있어서 강씨가 구속되면 피해자들이 아예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해당 치과는 현재까지도 일부 진료만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 측은 갑자기 인력 유출이 다수 발생해 불가피하게 진료에 차질이 생겼으며, 정상화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강씨는 환자들에게 선금을 받을 당시에는 병원 재정이 어려워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사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환자들은 해당 치과에서 교정 치료를 받은 이후 치아 변형 등 부작용이 생겼기면서 치아 상태가 되레 악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이중비용을 들여 재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보건 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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