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전시…한국화 단면 한눈에<문화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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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화니, 동양화니 하는 명칭대신 현대한국 회화라고 한 점은 오늘의 한국화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보다 현대적인 조형의식에서 보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리라. 그러나 현대한국회화라고 했을 때 사실 그것이 주는 명칭개념의 전달은 그렇게 선명하지 않다.
현대에 존재하는 일체의 한국 회화란 대단히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명칭에 빠져 있는 느낌이 없지 않으며 자칫 이런 명칭개념 부여에 따른 작희적 취향이 방향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떨쳐버릴 수 없다. 이 같은 염려들은 어쩌면 의욕에 비례해 아직도 뚜렷한 양식적 특성이나 통일된 방향성이 없는데서 오는 추상적 관념의 지배 때문이 아닌 가도 보인다.
중앙일보가 마련한「88현대한국 회화전」(9월15일∼10월14일·호암 갤러리)은 근래에 보기 드문 진지하고도 의욕적인 기획과 제작의 열기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아직도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한편으로 무겁게 느껴지게 하고있다.
이 전시가 구체적으로 실현된 데는 올림픽 문화행사의 여러 기획전에 한국화 분야가 지나치게 소외되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러한 계기를 새로운 창조의 기반을 다지는 의욕으로 결집시켰다는 점은 건강하고도 신선한 긍정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전시장을 감도는 비장하다 고나 할 의욕과 치열한 정신은 한국화의 내일을 보다 밝게 해주고 있다.
출품 작가 수는 50명으로 50대 초반의 중견에서 20대 후반의 신예에 걸친 대체로 2개의 세대 층으로 이루어져 한국화의 상황을 단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편이다.
40대나 50대의 작가 군이 갖는 안정된 자기기조와 20, 30대가 보여주는 실험의 열기가 대조를 이루면서도 무언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의욕에 있어 일치점을 드러내주고 있다.
말하자면 기성의 40, 50대가 자기세계의 기조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심화의 국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20, 30대는 이미 어느 정도 이룩한 자기세계도 대담하게 부수고 나오는 확대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편이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론「한국화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주제를 숨가쁘게 떠받들고 있는 인상이다.
기성의 세대 군이 수묵을 기조로 한 방법상에서의 전통적 교양을 은연중 진하게 내비치는가하면 젊은 세대로 올수록 이런 톤은 희박해지고 대신 다양한 재료의 사용과 자유로운 소재의 선택이 부각되고 있다.
수묵과 채색의 자유로운 구사도 그렇거니와 굳이 전통적 재료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경향도 발견되고 있다.
80년대 전반적인 기류와도 관계가 있는 내용주의의 경사도 젊은 세대로 올수록 심해지는 인상이다. 현실적 내용과 역사주의 또는 토속적 정서를 환기하는 민화와 불화의 관심도 내용주의를 풍부하게 해주는 내역들이다.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것을 모색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소재주의에 흐르고 있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리고 한국화의 경우 비교적 자주 대하는 것이지만 어느 한 전시를 위한 1회 적인 실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적지 않은 자기변혁의 실험들이 꾸준한 지속성을 가졌으면 하는 기대다. 오광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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