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외박 없이 강훈 연속|한국 유도「금맥」을 찾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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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유도가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기세로 서울올림픽의 금맥을 파 헤쳐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 각국 선수단은 물론 유도계 종사자들마저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를 낳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얼마나 피눈물나는 훈련과정을 밟아왔으며 유도회 측도 이들을 지원키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8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고전 끝에 금메달 1개를 획득, 간신히 체면치레에 성공한 유도회와 대표팀은 대회 직후부터 서울올림픽에 대비한 1년간의 총력전에 돌입했다.
대표선수들의 항명파동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간 후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은 유도계는 한국유도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수 차례의 공청회를 열어 앞으로 해야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했다.
그것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를 대표로 선발하는 것 ▲이들의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기술을 가장 높은 단계로까지 끌어 올리는 것 ▲판정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심판 외교에 신경 쓰는 것 등으로 요약됐다.
이에 따라 3차례의 선발전, 5차례의 평가전, 심지어는 재경기까지 치른 끝에 추려진 최고의 재목들은 코칭스태프와 함께 강훈에 돌입했고 유도회는 측면 지원사격에 들어갔다.
태릉훈련원에서의 정규훈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대표팀은 복더위에 경기도용인에 있는 유도대에 훈련캠프를 차리고「지옥의 파트너 훈련」을 가졌다.
대표선수 1명이 갖가지 전형의 연습파트너 12명을 차례로 맞아 한명당 5분씩, 60분간 쉬지 않고 경기를 치러 모두에게 우세한 내용의 경기를 펼쳐야 합격되는 강훈련. 상대선수들은 5분만 뛰면 되기 때문에 펄펄 날아다니는 반면 대표선수들은 갈수록 지치기 때문에 막판에 가면 지는 경우도 생겼다.
이때엔 가차없는 처벌이 내려졌다. 그 정도 정신력과 체력으로 올림픽에서 우승하기를 바라느냐는 질책과 함께-.
올림픽경기시각에 맞춰 오후 5시부터 진행되는 이 훈련을 견뎌내기 위해 선수들은 러닝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체력을 기르고 고무줄 당기기 등으로 기본기를 다지며 다양한 전형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골몰하게 됐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이때 병행한 것이 밤에 공동묘지를 돌아오는 담력훈련과 사격을 통한 정신집중훈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에게 남아있는 과제는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상대의 전력을 분석하는 작업.
태릉훈련원으로 복귀하고 난 후에도 강도 높은 훈련은 계속됐다.
유도선수들에게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악력. 상대의 도복깃을 꽉 쥐고 놓치지 않아야 원하는 기술의 구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밧줄 타기는 체력·기술훈련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정으로 선수당 하루 1㎞씩의 오르내리기가 강요됐다.
담당코치의 독려 속에 외출·외박도 없는 훈련은 선수촌 입촌 전날까지 계속됐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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