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와 나 … 궁합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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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다음달 적금 만기를 기다리는 김모(33)씨. 3000만 원의 목돈을 주식형 펀드에 넣기로 결심했지만 펀드 선택이 쉽지 않다. 그는 올 초 조정장에서도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A펀드를 점찍어뒀다. 하지만 증시가 오름세로 돌아선 뒤에는 수익률이 안 좋던 펀드들이 A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냈다. 김씨는 고민에 빠졌다.

제로인 이재순 팀장은 "같은 주식형 펀드라도 상승장에 강한 펀드가 있고, 하락장에 강한 펀드가 있다"며 "시장 변화가 클수록 자신의 투자 궁합에 맞는 펀드를 선택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천차만별 주식형 펀드= 우선 펀드 종류부터 알아야 한다. 주식형 펀드는 편입 종목의 성격에 따라 성장형.가치형.혼합형으로 나뉘고, 편입 종목의 규모에 따라 대형.중형.소형으로 분류된다. 크게는 세 가지, 작게는 9가지로 나뉘는 셈이다.

'가치형' 펀드들은 PER(주가수익비율) 등이 낮은 저평가 '가치주'에 주로 투자한다. 이름에 '밸류'.'가치'라는 말이 들어간 펀드들이다. 중장기적으로 상승 가능성이 큰 종목들이 투자 대상이다. 반면 '성장형' 펀드들은 IT(정보기술)주처럼 현재 수익성이 좋은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다. 국내.외 경제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치주와 성장주가 섞여 있어 뚜렷한 특징이 드러나지 않은 펀드는 '혼합형'으로 분류한다. 제로인 등 펀드평가사 홈페이지를 통해 특정 펀드가 어떤 스타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투자 성향과 장세 고려해야= 펀드 투자는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펀드를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개 가치형 펀드들은 강세장에선 빛을 못 보지만 약세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한다. 반대로 성장형 펀드들은 강세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내지만 하락장에서는 낙폭이 깊다.

제로인에 따르면 올 초부터 3월22일까지의 약세장에서 수익률 상위 30개 펀드의 가치주 및 성장주에 대한 투자 비중은 각각 평균 49.3%, 24.4%를 기록했다. 가치주에 많이 넣은 펀드가 약세장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반면 수익률 하위 30개 펀드는 각각 29.1%, 36.5%였다. 또 3월 23일부터 4월24일까지의 강세장에서는 성장주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큰 펀드들이 수익률 상위 30위권에 대거 포진하는 등 반대였다.

실제로 가치주 투자 비중이 94%인 신한BNP운용의 '프레스티지가치주주식2'는 약세장에서 154개 펀드(설정액 100억 원 이상) 가운데 수익률 18위를 차지했지만 강세장에서는 141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성장주 비중이 48%인 삼성운용의 '삼성우량주장기-CLASS A'는 강세장에서 수익률 4위, 약세장에서는 149위를 기록했다. 한국펀드평가 이동수 연구원은 "투자 스타일이 다른 펀드에 나눠 투자하면 시장 변화에 따른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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