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금융소득세案···김동연, 하루만에 정면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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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1000만원 하향 안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기준으로 2000만원 초과에서 1000만원 초과로 낮추라는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특위) 권고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소득 1000만원 초과 2000만원 이하 구간의 금융소비자들이 상당한 혼선을 겪게 됐다.

재정개혁특위 권고에 제동...논란 커질 듯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특위의 건의사항을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특위의 권고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개혁특위는 내년에 고가 부동산과 금융자산가에 대한 세금을 동시에 올리라고 했는데 동시 추진은 어렵다"면서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임대주택 분리과세 등 다른 자산소득 과세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개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두 개의 중요 세제를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권고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재정개혁특위는 전날 발표한 권고안에서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함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기준금액을 2000만원 초과에서 1000만원 초과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다시 말해 연간 이자·배당소득이 1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6∼42%의 종합소득세율로 누진과세 하라는 의미였다.

 이 경우 종합과세 대상자는 9만여명에서 40만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금융시장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세금은 물론이고 건강보험료까지 크게 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 소득 3400만원이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는데 숨겨졌던 소득이 노출되면 이 기준을 넘는 기존 피부양자들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상당한 건보료를 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등 다른 재산과표가 5억4000만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이 1000만원만 넘어도 피부양자 자격은 박탈당한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까지 은행 PB센터 등에는 잠재적 종합과세 대상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한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는 “새로 종합 과세 대상이 되는 고객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비과세 상품을 최대한 활용해 조금이라도 세금을 아껴보자는 분들과 금융소득은 아예 1000만원 이하로 낮추고 다른 수익처를 찾겠다는 분들로 크게 구분됐다”고 말했다. 고객들 중에는 “이럴 거면 예금 안 하고 조그만 아파트나 상가를 사서 월세를 받겠다”며 분통을 터뜨린 사람들도 있었다고 이 PB는 전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업계와 상당수의 고객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재정개혁특위의 발표가 사실상 정부 계획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고객을 상담하고 투자나 금융상품 정보도 제공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면 차라리 발표하지 않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회장은 “세금은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며 “내년 세제개편안 마련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견이 나오는 것은 납세자 입장에서 혼란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위 권고안이 옳다고 해도 금융소득 보유세 인상은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며 “논란이 적지 않은 분야라 토론을 해봐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기에 권고를 내년에 모두 반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진석·정용환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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