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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3시간 확보하라…폭우에 비상걸린 한강홍수통제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강홍수통제소 조효섭 수자원정보센터장이 3일 통제소 옥상 관측소에서 한강 홍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한강홍수통제소 조효섭 수자원정보센터장이 3일 통제소 옥상 관측소에서 한강 홍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3일 오후 서울 동작대교 남단의 한강홍수통제소.

3층 상황실에서 근무자들이 제주를 지나 남해안으로 접근하는 태풍 ‘쁘라삐룬’을 위성 화면으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십여 개의 모니터에 강원 홍천군 홍천교에서부터 서울 행주대교까지 한강 주요 지점의 실시간 영상과 수위가 표시돼 있었다.

큰 화면은 잠수교를 비추고 있었는데, 흙탕물로 변한 한강 물이 다리 바로 밑을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가 한강 유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가 한강 유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어젯밤부터 잠수교 보행자 도로를 통제했는데, 다행히 비가 그치면서 출근 시간 전에 통행 제한을 풀 수 있었어요.

상황실을 총괄하는 조효섭 수자원정보센터장은 모니터여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장맛비가 그치고 태풍도 멀리 벗어나면서 일단 큰 고비를 넘겼지만, 그는 “아직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며 “비상시엔 12명이 한 조로 24시간씩 교대 근무하며 한강 주요 지점의 수위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고 했다.

한강홍수통제소 상황실에서 3일 근무자들이 한강 유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한강홍수통제소 상황실에서 3일 근무자들이 한강 유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팔당댐 방류하면 6시간 뒤 잠수교 도착” 

2일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에서 수문이 열려 물이 방류되고 있다. [뉴스1]

2일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에서 수문이 열려 물이 방류되고 있다. [뉴스1]

실제로 며칠째 내린 비로 팔당댐 방류량은 이틀 만에 초당 600여㎥에서 5000㎥이상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한 상황. 조 센터장은 “방류량이 초당 5000㎥이면 가로·세로가 50m인 초대형 수조에 2m 높이까지 가득 찬 물을 1초마다 팔당댐에서 쏟아내는 것”이라며 “방류량이 많을수록 한강에 도달하는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6시간이면 잠수교까지 밀려와 수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전날 밤에는 경기 남부에 내린 기습 폭우로 인해 광주시 경안천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2011년 강물이 범람해 6명이 숨지고 인근 마을 7개가 침수됐던 곳이다.

“서해 바닷물 잠실까지 역류해 수위 높여”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한강에 흙탕물이 흘러가고 있다. 최정동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한강에 흙탕물이 흘러가고 있다. 최정동 기자.

1974년에 설립된 한강홍수통제소의 가장 큰 역할은 수도권을 관통하는 한강의 수위를 지켜서 홍수를 막는 것이다. 한강 유역을 따라 설치된 모든 댐과 보의 방류량을 승인하고, 홍수 예·경보를 발령하는 막강한 권한을 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올해부터는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소속이 바뀌면서 환경부 산하에 있는 기상청과 더 긴밀한 협력이 가능해졌다.

조 센터장은 “기상청이 하늘에 떠 있는 물의 흐름을 분석해 예보한다면, 우리는 땅에 흐르는 물의 흐름을 연구해 방류량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수량도 중요하지만, 바닷물의 높이가 높은 기간에는 만조(밀물) 때 서해 바닷물이 잠실 수중보까지 밀려 들어와 한강의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에 종합적인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며 “결국 컴퓨터 분석도 중요하지만, 절반은 사람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골든타임 ‘3시간’을 확보하라

2일 밤 서울 서초구 한강 잠수교 보행로가 불어난 수위상승으로 통제되고 있다. [뉴스1]

2일 밤 서울 서초구 한강 잠수교 보행로가 불어난 수위상승으로 통제되고 있다. [뉴스1]

여름철에는 기습적으로 폭우가 내리기 때문에 홍수 피해를 막으려면 빠른 판단으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조 센터장은 “홍수가 발생하기 전에 인근 주민들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적어도 3시간의 선행시간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제 상황실 한쪽에는 재난안전상황실과 군부대, 지방자치단체 등과 바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핫라인 전화 십여 대가 설치돼 있었다. 13년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근무하는 김휘린 연구사는 “한강 둔치가 잠긴다고 미리 알려주면 서울시는 한강공원에 설치된 화장실을 그대로 뛰워서 제방 위에 올려놓고, 용산경찰서는 잠수교 북단을, 서초경찰서는 남단을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3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곤지암천 쌍용교 일대에서 경찰들이 전날 불어난 폭우로 인해 물에 휩쓸려 실종된 중학생 A군(14)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뉴스1]

3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곤지암천 쌍용교 일대에서 경찰들이 전날 불어난 폭우로 인해 물에 휩쓸려 실종된 중학생 A군(14)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뉴스1]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실제 인명 피해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담도 크다. 김 연구사는 “최근 들어 한강 변에 선착장이나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친수시설이 많아지면서 홍수특보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지난 2일에는 경기 광주시에서 14살 남학생이 하굣길에 갑자기 불어난 곤지암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기도 했다. 조 센터장은 “현재 한강 본류나 대도시를 지나가는 큰 지방하천 등 20여 곳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수심을 체크하고 있지만, 곤지암천 같은 지류 하천들은 모니터링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한강 상류 지역이나 작은 하천에 대해서도 수심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홍수특보 지역도 점차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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