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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첫 재판···김지은이 제출한 산부인과 진단서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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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재판에 비서 김지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상조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재판에 비서 김지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상조 기자

2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정식 재판에서 ‘위력의 행사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안 전 지사가 도지사, 차기 대권 주자이자 인사권을 쥔 상사라는 ‘위력’으로 피해자 김지은(33)씨를 간음했는지가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이날 재판에는 피고인 안 전 지사는 물론, 피해자 김지은씨도 방청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 전 지사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2일 법원 청사 303호 법정에서 열린 성폭행 혐의 재판 제1회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오전 재판과 점심시간 휴정 후 속개된 오후 재판에서는 검찰이 서류증거를 제시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검찰은 재판부에 주요 서류 증거에 관해 설명했다. 안 전 지사와 피해자 간 텔레그램 비밀 대화 내용, 김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업무와 관련해 어려움을 토로한 내용, 김씨에 대한 참고인들 진술 등이었다.

또 수행비서가 도지사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했던 업무 환경을 뒷받침하는 제반 상황, 김 씨가 안 전 지사와 성관계 후 비정상적 출혈이 있어 올해 2월 26일 자 산부인과 진료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에 의한 것’이라는 진단서를 받은 사실 등도 증거로 나왔다. 또 2월 중순 이후 열흘 사이에만 90회에 걸쳐 ‘미투’를 검색하는 등 동의에 의한 성관계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김 씨가 충남도청 운전비서 정모씨에게서 성추행당한 것을 주변에 호소했으나 몇 달간 묵살됐던 정황을 제시하면서 도청 조직의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극히 낮았고 이에 따라 수행비서가 도지사의 성범죄를 밝힐 환경이 아니었으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성립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안 전 지사 측은 “검찰 증거에는 러시아 출장 당시 안 전 지사가 김 씨 옆에 가서 앉는 것을 봤다는 참고인 진술이 있는데 거기에는 안 전 지사가 김 씨 몸을 만지는 것은 못 봤다는 내용이 이어진다”고 반박했다.

또 “단순히 범죄 사실을 부인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며 “피해자로 보기 어려웠던 김 씨의 태도 등에 대한 진술에 관한 내용도 피고인 진술에 포함됐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김씨는 운전비서의 성추행을 두고 ‘가장 힘든 일’이라며 주변에 적극적으로 호소했다"며 "피고인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피해를 호소한 내용은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앞서 오전 재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를 밝히면서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안 전 지사가 유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러시아에서 김 씨에게 맥주를 가져오라고 해 간음했는데, (이는)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늦은 밤 심부름을 시켜 끌어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성폭행이 아니라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반박하며 “호감에 의한 관계라는 것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면서 “권력형 성범죄 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나르시시즘적 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측은 “피고인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을 뉘우치고 후회하고 있다”며 “가혹한 여론의 비판을 받아들이며, 도덕적·정치적 책임도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형법상 범죄인지는 다른 얘기”라고 반박했다.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오후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선 안 전 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쟁점은 법정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방침이다. 저도 그 방침을 따르겠다”는 말만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다음 2차 재판은 오는 6일 비공개로 열린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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