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병, 정부의 판단을 밝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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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요청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밝혔다. 국민에게 이 문제를 직접 호소하고,결정을 내리기 위한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4월의 파병 논란을 둘러싼 국론분열적 상황이, 청와대와 정부의 어정쩡한 눈치보기와 책임회피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런 태도 전환은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앞으로 파병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정부가 여론의 추이를 본다는 명목으로 이 문제를 끝없는 논란 속에 파묻히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번에 정부가 파병 요청의 정보를 밝혔듯이 이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정보는 정부가 가장 많이 갖고 있다.

따라서 무릇 외교정책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부가 파병 여부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정부의 결심이 없이 토론만 부추긴다면 책임감 없는 정부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때문에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파병을 둘러싼 국익을 먼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파병에 따른 국제 여론의 부담은 무엇이고,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계산해야 한다.

물론 미국과 한국은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동맹관계라는 점도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국익의 계산은 국정을 담당한 정부의 당연한 소관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판단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국민에게 분명하게 밝히고 이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구해야 한다. 막연히 파병문제를 국민에게 던져놓고 여론을 따르겠다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혹시 정부의 결정이 일반여론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라도 이를 자신있게 설득하는 것이 지도자의 진정한 리더십이며 용기다.

미국이 요청한 파병 규모는 폴란드 경보병사단 정도이며, 감당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반면 북핵, 주한 미군 재배치, 국방력 강화, 이라크의 전후 복구사업 참여 등 우리가 아쉬운 부분도 크다. 이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 판단을 제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