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6월 수출입 통계에 나타난 암울한 징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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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6월 수출이 512억3000만 달러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수출이 4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웃돈 건 사상 처음이고, 3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상반기 수출도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이다. 무역수지도 7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반가운 소식들이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불안한 조짐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반도체 편중 현상이 심해졌다.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9% 늘어났으며 상반기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6%까지 치솟았다.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이 21개월 연속 늘어난 것도 반가운 현상만은 아니다. 유가 상승에 따라 수출 단가가 올랐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자동차를 비롯해 철강·디스플레이 같은 주력 품목의 수출은 여전히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품목뿐 아니라 수출 지역 쏠림현상도 심각하다. 상반기 중국 수출이 전체의 26.6%나 된다. 수출 상위 3개국인 중국·미국·베트남이 전체 수출의 절반(46.1%)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중장기 전망은 불확실하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이 점차 둔화해 2년 후인 2020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한국에 위협적 요소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금리 인상으로 대외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과 일련의 반기업 정책으로 내수가 위축되고 일자리는 줄고 있는데 수출마저 흔들리면 답이 없다.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미래의 신성장동력을 키워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게 정공법이지만 당·정·청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힘 겨루기에 골몰하고 있다. 아무리 갈 길이 멀어도 경제에는 지름길이 있을 수 없다. 다시 경제 주체들의 위축된 심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부터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