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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SUV 글로벌 시장 성장세 … GM은 이쿼녹스로 한국 공략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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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닛산 로그, 쉐보레 이쿼녹스,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 포드 이스케이프. 모두 콤팩트(준중형) SUV에 속하는 모델들이며 미국 시장에서 매우 높은 판매량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사진 각 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닛산 로그, 쉐보레 이쿼녹스,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 포드 이스케이프. 모두 콤팩트(준중형) SUV에 속하는 모델들이며 미국 시장에서 매우 높은 판매량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사진 각 사]

 나라마다 선호하는 자동차의 종류는 서로 다르다. 북미에서는 포드 F-150 같은 픽업트럭의 인기가 절대적이다. F-150은 2017년 한 해 미국에서만 89만대 이상 팔렸다. 국내에서 최고 인기 모델인 현대 싼타페가 한 달에 1만대 전후로 팔린다. 싼타페를 국내서 7년 4개월간 꼬박 팔아야 F-150의 1년 판매량과 같은 수준이다. 반면 유럽과 일본 소비자들은 소형 해치백을 선호한다. 작고 실용적이면서 효율까지 좋은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문화 덕분이다. 반면 한국과 중국에서는 여전히 세단 선호도가 강하다.

미국선 캠리 등 세단 인기 꺾이고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 떠올라 #중국선 1년 새 판매량 16% 증가 #축간거리 등 키운 중형 이쿼녹스 #미국서 29만대 팔며 SUV 강자로

 이렇듯 국가마다 선호하는 차종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인기 있는 차종이 있다. 바로 SUV다.

 SUV는 국가를 막론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다. 한국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SUV 판매 비중이 20%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이었다. 이후 2016년에 30%, 2017년 35%까지 늘어났다. 판매 대수로 따지면 지난해에만 45만대의 SUV가 팔렸다.

 자동차 데이터 분석기관인 모터 인텔리전스(Motor Intelligence)는 2017년 1월부터 9월까지 미국 내 SUV 시장이 전년 대비 0.7% 상승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의 인기도 다소 꺾였다. 이에 렉서스의 글로벌 브랜딩 사장은 “SUV나 크로스오버가 갖지 못한 부분을 세단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세단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세단의 위기를 직접 언급했다. 혼다는 SUV의 인기 속에 10세대 어코드가 예상보다 낮은 판매량을 보이자 생산량을 조정했다.

 유럽에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400만대가 넘는 SUV가 팔렸다. 10년 전과 비교해 3.5배 증가한 수치다. SUV가 차지하는 비중도 28%로 높아졌다.

 중국에서도 SUV 돌풍이 일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SUV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가량 늘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율이 40% 이상을 넘긴 것이다.

 시장이 SUV 중심으로 흘러가자 전 세계 제조사들이 SUV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소형 SUV는 너무 작고 대형 SUV에는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콤팩트(준중형)급 SUV를 찾는다. 북미시장이 대표적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콤팩트 SUV가 중형 세단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지난 2016년 픽업트럭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 중 닛산 로그가 도요타 캠리를 넘어서는 이변이 발생했다. 로그는 현재까지도 승용차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도요타 RAV4는 올해 1~5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16만대 팔렸다. 같은 기간 도요타 캠리의 15만대를 넘어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혼다 CR-V는 14만6000대를 팔아 캠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같은 기간 혼다 어코드는 11만대, 닛산 알티마는 9만6000대가 팔렸다.

 세단으로 미국 시장을 빼앗긴 기억이 있는 미국 제조사들은 이번만큼은 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며 콤팩트 SUV 신제품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포드 이스케이프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로 디자인과 구성을 강화해 일본의 경쟁 모델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올해 1~5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 혼다 어코드를 넘어섰다. 이 모델은 포드 내에서 F-150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효자 상품이 됐다. 성격은 다르지만 지프 랭글러는 닛산 알티마, 포드 익스플로러를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산 콤팩트 SUV들의 선전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 투싼은 미국에서 폭스바겐 티구안 보다 많이 팔린다. 덕분에 투싼은 현대자동차 중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다음으로 가장 잘 팔리는 모델로 자리잡았다. 기아 스포티지는 쏘렌토나 쏘울의 인기에 밀려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미국 시장에서 기아자동차를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쉐보레 이쿼녹스도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3번의 변화를 겪은 이쿼녹스는 경쟁자들을 주눅 들게 만들 정도로 ‘한 덩치’한다. 길이는 도요타 RAV4보다 45mm 길고 혼다 CR-V보다 60mm 길다. 현대 투싼과 비교하면 175mm 가량 길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도 동급에서 가장 길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 55~65mm 길 정도다. 국내 중형 SUV인 QM6 수준의 덩치다. 콤팩트 SUV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중형 SUV와 경쟁하게 됐다.

 이쿼녹스가 크기 싸움에서 우세할 수 있었던 요인은 동급보다 크고 넓은 사이즈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미국식’ 사이즈 정책 덕분이다. 부산 모터쇼에서 공개된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중형으로 분류되지만 전체 길이가 5.1m가 넘고 휠베이스는 3m가 넘을 정도로 크다. 쉐보레는 트래버스보다 더 큰 SUV 라인업도 운영 중이다. 타호(Tahoe)는 미국에서 진정한 대형 SUV로 분류되며, 여기에서 길이를 더 늘린 서버밴(Suburban)도 판매한다.

 이 중 이쿼녹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트래버스만 해도 국내에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기 때문에 대중성이 강한 콤팩트 사이즈 SUV부터 선보였다.

 급을 넘어서는 공간과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장비로 인해 이쿼녹스는 미국 시장에서 픽업트럭인 실버라도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특히 판매량 부분에서 미국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인 혼다 CR-V의 판매량을 넘어섰을 정도다.

 쉐보레의 전략은 미국에서 통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29만대 이상을 판매해 SUV 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이쿼녹스의 월간 판매량은 미국서 팔리는 현대 투싼, 싼타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쿼녹스의 다음 공략지는 한국이다. 이미 2004년 1세대 데뷔 이후 전 세계 110여개 국가에서 누적 판매 200만대 이상을 판매한 전력도 있다. 국내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출시 하루 만에 2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7월에는 초도 물량이 완판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토뷰=김선웅 기자 startmoter@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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